3일 오후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홍수에 폐수 방류하듯 이루어진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의원직 사퇴 표결은 소리(小利)에 밝고 대의(大義)에 어두운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발가벗기듯 보여주었다.회계책임자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는 바람에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린 최 의원은 10월25일로 확정된 재선거 출마를 위해 이날 의원직을 던졌다.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편법적 발상이라는 점은 동료 의원들조차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의원 본인이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았을경우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재ㆍ보선 선거기간 개시일까지 의원직을 사퇴하면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최 의원의 사퇴는 이 해석에 기댄 연명(延命) 시도이다.
최 의원은 재 출마 여부를 묻는 ‘뻔한’ 질문에 “당에서나를 후보로 결정하면 따를 것”이라는 말로 지도부에 슬쩍 공을 넘겼다. 아마도 그의흉중에는 고등학교 동기인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설마 친구의 발버둥을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최 의원의 사퇴를 투표로 승인한 동료의원들도 정치적 공범의 혐의를 벗기 어렵다.
“한솥밥먹는 처지에, 그렇게 해서라도 금배지를 계속 달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어줍잖은 동료의식도 그렇거니와 “우리 당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의원이 있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는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묵시적 동조 역시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정치권 집단이기주의의 유일한 제어 수단은 정녕 유권자의표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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