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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문서보관청 비밀문건 공개 파문 / 백범 암살 떠돌던 '美배후설'힘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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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문서보관청 비밀문건 공개 파문 / 백범 암살 떠돌던 '美배후설'힘얻어

입력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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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白凡) 김 구(金 九)선생을암살한 안두희(安斗熙)가 광복 전후 주한 미군방첩대(CIC) 정보원 및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미 국립문서보관청의 비밀문건이 4일 공개됨에 따라 백범암살의 ‘실체적 진실’이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우선 이 비밀문건은학계 등에서 주장해 온 ‘미국배후설’을 상당부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을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드러나는 ‘미국배후설’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김구:암살에 관한 배후정보’ 문건을 통해 새로 밝혀진 내용은 ▦안두희가 CIC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것과 ▦안두희에게 백범 암살을 지시한 인물은 해방직후 대(對) 공산주의 테러활동을 했던 극우 테러 집단인 ‘백의사(白衣社) 단장 염응택(일명 염응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 두가지.

미 제1군사령부 정보장교인 조지 실리 소령이 1949년 6월29일 작성한 이 문건에는“안두희는 이 비밀조직(백의사)의 구성원이자 이 혁명단 제1소조 구성원이다.

나는 그를 한국주재 CIC의 정보원이자 요원으로 알고 있었다.

그역시 염동진이 명령을 내리면 암살을 거행하겠다는 피의 맹세를 했다”고 적혀있다. 문건은 이어 “2명의 저명한 한국 정치인 장덕수(張德수)와 여운형(呂운형)의 암살범들도 이 지하조직(백의사)의 구성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문건의 표현만으로 볼때 백범 암살을 미국이 배후조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해방 이후 국내와 학계의 연구와 이번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배후설’과 ‘백의사 개입설’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학계에서는 벌써부터 “미국이 총지휘했다는 결정적인 방증”이라는 주장과 함께 역사교과서를 다시 써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승만의 역할은

이번 문건에는 백범 암살의또 다른 배후로 지목돼 온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이번 문건을 발굴한 재미사학자 방선주 박사의 증언은 귀를 쫑긋하게 한다.

그는 “(내가) 기밀해제시킨 미 주한 방첩대원의 증언 문서중에는 백범 암살의 최종적인 배후가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확신들로 서술돼 있다.

파넬 소령의 증언이 그렇고, 맥두걸 대위의 증언이 그렇다”고언급하고 있다.

▽전문가들 평가

성균관대 서중석(徐仲錫ㆍ역사문제연구소장)교수는 “미국이 백범 암살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안두희가 CIC 요원이었다는 부분은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성신여대 이현희(李炫熙) 교수는 “백범 암살과 관련한 미국개입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고, 백기완(白基玩) 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이번 문건은 백범암살이 당시 미국 내부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해결하는 한 방편이자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전력의 일환으로 추진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지역원 박태균(朴泰均ㆍ현대사)교수는 “백의사가 장덕수와 여운형 암살에 관련돼 있다는 부분은 당시 미군정이 장덕수 암살의 배후로 백범을 지목, 재판에까지 회부한 것이 미국측의 정치적 공작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김구 암살사건 관련 일지

▦1944년 11월- 신익희 등 백의사 모태인 대한민국임시정부특파사무국 설립

▦1944년 9월3일- 백의사 조선공산당 간부 현준혁 암살

▦1945년 9월9일- 미군 제224 CIC(미군 방첩대)파견대 남한 진주

▦1946년 3월1일- 백의사, 김일성 등 참가한 평양역 3ㆍ1절 행사장에 폭탄투척

▦1947년 7월- 백의사 염응택단장, 여운형 암살용 권총 제공

▦1949년 6월26일- 안두희, 경교장에서 김구 암살

▦1992년 4월15일- 안두희, 언론인터뷰 “단독범행” 주장

▦1996년 10월23일 버스기사 박기서, 인천에서 안두희 살해

▦2001년 9월4일-국사편찬위원회, ‘안두희CIC요원’비밀문건 공개

■미국이 본 김구

4일 공개된 미육군 방첩대(CIC)비밀문건은 ‘백범(白凡)에 의한 군사쿠데타 설’ 등 진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담고 있어, 앞으로 학계에 뜨거운 논란을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CIC는 백범을 이승만 정권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간주하고 있었으며, 백범도 이에 맞서 치열한 정보전을 전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사쿠데타설

당시 CIC의 실리 소령 등은 백범과 일부 군 장교들이 연합해 이승만 정부를 전복, ‘파시스트형’ 정부를 수립하려는 군사쿠데타를 꾀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기술하고 있다.

또 광주에 주둔한 한국군 제5여단 4연대 장교 참모회의를 인용, “김구를 수반으로 하는군사적 유형의 정부 수립을 원한다는 의견이 여러 번 나왔고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군의 일부세력이 김구를 대통령을 옹립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당시 백의사를 주도했던 염동진과확인되지 않는 일부 군 장교들의 발언에만 근거한 것 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국사편찬위의 입장이다.

▽긴박한 정보전

당시 백범도 CIC비밀보고서까지 입수하는 등 긴박한 국내 정세 속에 생존차원의 정보활동을 전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리 소령의 보고서에는“비밀보고서 한 건이 한국군과 김구에게 전달된 것을 확인했으며, 김구가 염동진을 통해 한국군 내 고급장교로 구성된 반 이승만 우익파벌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안두희는 암살단 요원

염동진이 창설한 테러집단인 백의사 내부에는 혁명단이라는 일종의 암살 특공대가 만들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암살단에는 4명씩으로 구성된 5개의 소조가 있었으며, 안두희는 제1소조 구성원이었다. 실리는 ‘장덕수와 여운형의 암살범들도 이 조직 구성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백의사란

1945년 11월 월남한 청년ㆍ학생들을중심으로 서울에서 조직된 극우청년단체이자 테러단체. 백의사 총사령 염응택(일명 염동진)은 해방 직전 평양에서 백의사의 전신이랄 수 있는 대동단(大同團)을 만들어 45년 9월 조선공산당평남지구위원장 현준혁을 암살한 후 월남해 백의사를 조직했다.

백의사는 중국 장개석의 지하 공작단체인 람의사(藍衣社)를 본떠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뜻을 갖고 있다.

46년 3월1일 평양역 광장에서열린 3ㆍ1절 기념대회에 백의사는 대원들을 보내 김일성, 김 책등을 암살하려고 수류탄까지 투척했으나 실패하고 김 책과 강양욱(김일성의 외조부)의 집까지 습격했다.

당시 이 대북 테러 공작은 임시정부 내무장관을 지낸 해공 신익희가 조직한 정치공작대와 연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의사가 이 정치공작대의 산하 지하단체라는 시각도 있다.

백의사는 이 밖에도 47년 7월 몽양 여운형 암살 당시 염응택이 45구경 권총을 암살범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송진우, 장덕수 등 주요 인사 암살 개입에 대한 의심도 받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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