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극단에 출근하며 아침부터 연습하고 청소하고 포스터 붙이던 단원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악어기획 조행덕 대표ㆍ33) “연출자가 기획과 섭외까지 모두 맡는 가내수공업적인 시스템을 벗어나고 있습니다.극단은 무조건 만들고, 관객은 당연히 봐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지요.”(모아기획 남기웅 대표ㆍ30) “작가, 연출가 등 생산자와 관객을 연결하고 싶습니다.” (문화아이콘 정유란대표ㆍ26)
ˆ소극장 연극에도 ‘기획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1970년대이후 작품에 돈을 대는 제작자를 위주로 하는 PD시스템이 뮤지컬이나 대형 연극을 중심으로 많이 퍼지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 대학로에 포진한 기획사들은 연극의 기획과 제반 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기획자들이 주역이다.
이들은 문예진흥기금과 협찬을 따내는등 연극의 ‘살림살이’뿐 아니라 작가 섭외와 연출자 선정, 캐스팅 등 기획단계에서부터 극단과 함께 하며 흥행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다.
최근 선보인 이색적인 작품들은 이들 ‘기획집단’의 산물이다. 코믹 트로트 뮤지컬 ‘쨍하고 해뜰날’, 황진이의 일대기를 한복 패션쇼처럼 화려한 의상연출로 꾸민 ‘청산에 나빌레라’(15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 등은 작년에 설립된 공연기획사 ‘문화아이콘’의작품이다.
기획사들은 작품의 방향을 전략적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인터’와‘이다’가 최근 합병한 ‘모아’는 극단 백수광부와 함께 연극 ‘불티나’(18일부터 연우소극장)를 준비중이다.
라이터 하나에 삶의 모든 의지와 열정을 싣고 사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인데 마케팅 대상을‘386세대’로 정하고 그에 맞는 캐스팅을 했다.
‘극단 김금지’는 아예 고정 단원없이 작품에 따라 캐스팅과 스태프를 달리하는 본격적인 프로듀서 시스템을 표방한다.
문화아이콘이 연출자, 배우와 ‘극단김금지’를 중개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헝겊인형’에서독특한 이미지 표현력을 인정받은 연출가 송윤석이 이 극단의 첫 작품 ‘다섯 하늘과 네 구름 동안의 이별’(19일부터 자유소극장)을 맡게 됐다.
홍보도 더 조직적이고 치밀해졌다. 각종 포털사이트의 연극란에 작품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배우들의 연습장면도 동영상으로 올려놓는다.
이벤트를 통해 작품을 알리기도 한다. 단원들이 단속을 피해가며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 홍보의 전부이다시피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연극계에서는 “생산자가 작품에만몰두할 수 있고 흥행 위험도 줄일 수 있는 체제”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민영 단국대 대중문화 대학원장은 “상업적인 연극을 양산해 저질화를 부채질하거나 흥행에만 치우쳐 연극인들의 예술적 열정을 빼앗을 위험도 있다”며 “기획자들이 얼마나 연극을 이해하고 애정을 갖고 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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