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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중계 / 한빛소프트

입력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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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만 해도 게임으로사업을, 그것도 1개의 회사가 아닌 거대 그룹을 이루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리석은 발상이었다.“어린애들 코 묻은 돈으로 얼마나 벌겠어”라는 냉소를 불러일으킬 만 했다. 한빛소프트 김영만(40) 사장의 말대로 “게임사업한다고 하면 깡패냐는 질문을 받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세상이 게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게임은 최첨단 멀티미디어 기술의 결집체이며 관련 사업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거대 그룹으로 키워나가기에 최적이라는 생각이다.

◈ 게임 유통사가 아닙니다

이달 중 코스닥등록을 위한 예비심사를 받을 예정인 한빛소프트는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는 PC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롤플레잉게임(RPG) ‘디아블로2’의 국내 유통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선두가 엔씨소프트라면 한빛소프트는 PC게임 분야 1위다. LG계열사였던 LG소프트가 전신이다.

1998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회사가 정리되면서 당시 LG 컨텐츠 사업팀장이던 김영만 사장이 동료들과 함께 99년 1월 한빛소프트를 설립했다.

98년 4월 LG소프트가 미국 블리자드사로부터 수입ㆍ판매하던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판권을 저렴한 금액으로 넘겨받은 뒤 그 해에만 100만장 가까이 팔아 ‘대박제조기’의 명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지난 3월 200만 장을 돌파했다. 이어 ‘디아블로2’의 최단기간 100만 장 판매로 우수한 유통ㆍ마케팅 능력을 과시하며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한빛소프트는 그러나 게임 유통사로만 보기에는 ‘아깝다.’비록 2개의 대작에 가려 있긴 하지만 자체 개발한 어린이용 게임 ‘하얀마음 백구’는 올 1월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10만장을 판매했다. 게임이 인기를 얻자 비슷한 내용의 ‘무지개마음 황구’가 출시됐을 정도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원수 절반에 가까운 70여명이 연구인력이다.

한빛소프트는 사업욕심이 많다. 최근에는 어린이용 교육소프트웨어 ‘디지몬 보물섬’을 개발, 정보통신부 디지털컨텐츠 대상을 수상했다.

게임의 특성을 교육에 접목시킨, 이른바 에듀테인먼트 작품이다. 게임과 관련된 캐릭터 사업은 물론 애니메이션 사업도 진행 중이다.

게임의 모바일화를 대비해 회사 설립 때부터 꾸준히 개발한 MPEG 동영상 기술도 상품화단계에 이르렀고 게임 및 교육 관련 디지털 컨텐츠를 공급하기 위한 전자책(e-Book)) 사업 역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1월에는 교육기관 ‘디지털캠퍼스’를 설립했다.

◈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그룹 지향

한빛소프트의 목표는 ‘게임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이제까지의 사업은 이 목표를 향해 잘 맞춰진 톱니바퀴인 셈이다.

김 사장은 “엔터테인먼트 종합그룹인 프랑스 비방디유니버셜인터렉티브사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근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이에 맞춰 세우고 조직개편을 단행,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 및 배급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음반, 교육, 소프트웨어 사업 등에 진출, 수익원을 다양화한다는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기업 인수ㆍ합병(M&A) 작업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 수익원 다변화가 관건

세계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밑그림은 마련됐지만 누구도 성공을 자신할 수는 없다. 더욱이 비방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그룹은 국내에서는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모험이라고 부를 만 하다.

한양증권 김태형 연구원은 “게임업종에서 유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빛소프트의 유통 및 마케팅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며 “다만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너무 커 수익원 다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가 성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 개발, 배급 등 종합 퍼블리셔(Publisher)로 가기 위해서는 해외게임 수입ㆍ유통이 아닌 안정적 수익원을 찾아내야 하지만 기획, 개발 분야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문제다.

굿모닝증권 조영훈 연구원은 “올해 예정된 온라인게임 시장으로의 진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유통회사로 성장한 한빛소프트가 변신에 성공할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 김영만 사장은

신용을 생명처럼 게임업계 마당발

김영만(金榮萬) 사장은 ‘신용’을 무척 중요시한다. 사람이 재산이고 그 재산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약속을 지켜주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보답을 해준다.

LG소프트 대리 시절, 소프트웨어 영업을 담당했던 김 사장은 용산 전자상가의 유력 유통업체 사장과 크게 충돌했다. 당초 현금결제를 약속한 사장이 마음을 바꿔 어음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즉시 그 회사에 찾아가 “뒤집어 놓았다.” 유통업계의 대부에게 일개 대리가 덤벼든 ‘사건’이었다.

김 사장은 결국 현금을 받아낸 뒤 ‘소동’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 후 그의 별명은 ‘독사’가 됐다.

이런 집념은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광운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해 소위 ‘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에게는 소중한 재산이다.

지난해 시작한 골프 실력은 벌써 싱글을 눈앞에 두고 있고 사내 체육대회에서는 언제나 ‘날아 다닐 정도’로 운동을 즐긴다.

김 사장은 또 자신의 회사만 돌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별나다. 게임산업 전반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곳이 드물다.

그래서 한국프로게임협회 회장,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부회장, 벤처기업협회 이사, 추계예술대학교 게임 비즈니스 전문가 석사과정 겸임교원,‘게임콘텐츠포럼’ 회장 등 직함도 여럿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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