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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햇볕정책의 승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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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햇볕정책의 승객들

입력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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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두 집단의식이 있다. 그첫번째는 민족통일이 모든 것을 우선하는 가치라고 생각하며,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총재를 김정일 위원장보다 더 혐오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그들은북한을 어떤 조건하에서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김정일과는 일체 대화를 중지하고 눈곱만큼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이 두 소수 집단의식의 충돌속에 춤추고 있다.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파동이 바로 그 단적인예다.

■그렇다면 햇볕정책은 정말 잘못된 것일까.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정권과 대화를 통해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정책의 기본 방향은 어느 정권이든 선택할 수밖에없는 길이라고 본다. 그게 남북문제를 둘러싼 주변여건이다.

이름이 ‘햇볕정책’ 이라 DJ정책이라는 개성이 붙은 것이지, 현재야당이 집권했다손 치더라도 길은 같은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길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왜 이렇게 정부가 해임파동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고,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산란할까.

그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 속도조절 실패라고 본다.물론 지금 내는 속도가 느리다고 안달을 하는 극단의 세력도 있겠지만, 대다수 국민은 왠지 불안하다.

불안하다 보니 운전기사의 능력과 목적지를 의심하는사람도 생긴다. 햇볕정책은 타고 싶은 국민만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냉전의식에 젖은 승객도 같이 태우고 가야 한다. 냉전속도에 익숙한 국민이 오히려 더 많을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가장 능숙한 운전자는 옆에 탄 승객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면서 빨리 달리는 사람이다.” 참으로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운전자만 신이 나서 커브길이나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속도를 낸다면 옆의 승객은 어떻게 될까. 불안해서 내리고 싶을 것이다.

대북한 정책도 마찬가지라고생각한다. 햇볕정책은 궤도위를 달리는 기차가 아니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이 상황이 유동적이다. DJ옆에 탄 승객은 김정일이 아니라 ‘냉전속도’에 익숙한 국민임을 이해했으면 한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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