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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새시집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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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 새시집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입력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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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43)시인이 “생의 아찔했던 고비에서 돌아와” 여섯번째 시집 ‘누구도마침표를 찍지 못한다’(시와시학사발행)를 냈다.그는 3년 전 뇌진탕으로 쓰러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지만, 이 깨달음을몸으로 얻은 그는 “이제는 조금 시를 알 것 같다”고 고백한다.

정씨는그래서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라는 노래로 시집을 시작한다.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부석사 무량수’에서).

평생이꽃 같고 별 같아서 사람은 아름답다. 꽃 같은 인생의 마침표 대신 쉼표 찍는 것을 허락받고 보니 어느 곳에서나 뉘우치고 깨닫게 된다.

시인은 선암사뒷간에서 쪼그리고 앉아 “근심을 버리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러다가 이내 “근심은 버리려 하지 말고 만들지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을 비우자!”고 다짐했다가, “마음은 처음부터 비워져 있다는것”을 깨닫고 뉘우친다(‘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에서).

김룡사 해우소에서 시인은 ‘해우소’의 참뜻을 헤아리게 됐다. 그는 “정말 부끄러운 것은 뱃속의 근심 풀러 와 머리 속에 또 다른 근심 품고 앉은 내 모습”이라고 고백한다(‘김룡사해우소에서 깨닫다’에서).

정씨는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꾸준히 삶의 시원을 탐색해온 시인이다. 생사의 고비를 넘긴 그는 이제 하늘과 땅과 몸의 울림을 함께 들을수 있게 됐다.

‘작은 베임에 마흔을 지내온 내몸이 통째로 화끈거린다/ 고맙다! 내 속에도 아직 뜨거운 불이 숨어 있으니’ (‘뜨거움’에서).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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