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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로'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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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로' 개봉박두

입력
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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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본부1층 복도에 세계각국 화폐가 전시되어 있다. 만국이 저마다 고유의 화폐를 갖는 오늘날 ‘1국1화폐주의’의 만개(滿開)를 상징하는 곳이다.이처럼 나라마다서로 다른 ‘통화주권’을 갖는 것을 우리 현대인들은 당연시 한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정치권력자들에 의해강요된 고정관념이며 단견이다.

인류 역사에서 각국이 “우리 나라 돈, 너희 나라 돈”하고따지며 밀어내기 시작한 것은 기실 오래되지 않는다.

■서양에선 불과 두 세기 전만 해도 국경을 넘어 통화를 자유혼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원전 그리스시대 드라크마(Drachma)같은 주화는 멀리 인도에서 북유럽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그러고 보면 지금과 같이 자기 영토 내에서만 사용이 허락되는 배타적인 ‘영토화폐’는과거사적 관점에서 오히려 상궤를 벗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화폐와 국가권력의 관계도 이처럼 변천을 거듭하고 거기에유행의 조류가 있는가 보다.

■인류의 수 천년 화폐사(史)를 장식하는 파노라마 중 하나가 ‘통화동맹’이다. 가령 1차대전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기 전까지 중부유럽을 엮은 크로네(Krone) 통화동맹이 그 중 하나다.

19세기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는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보려는 야심적인 ‘세계통화’가 구상되기도 했다.

지금 지구촌에도 사실 몇 개의 통화동맹이 있다. 동카리브해의 7개국과 동아프리카 및 서아프리카 일부 권역에서 그것을 목도할수 있다.

■내년 1월부터 유럽연합 12개국에서 사용될 단일통화 유로(Euro)의 실물이 지난 주 첫 선을 보인 후 해당국들에 배포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통화동맹이 꽃이 피고 죽듯이 역사의 무대에 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그러나 일찍이 이번처럼 다수의 국가가 정치 주권을 유지하면서 완전한 단일통화를 도입한 사례는 없었다.

개봉박두(開封迫頭)한 ‘유로실험’은 국외자에게도 대단한 흥미거리다. 지구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벌써부터 스릴이 느껴진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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