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안타까운 존재이다. 이 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TV에서도 아버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아버지의 위기가 부재로서 표현된 셈이다.삶에 지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가장이 드라마의 소재로서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기도 하다.
최근 TV드라마에서 아버지를 재조명하는움직임이 일고 있다. 아버지와 네 아들의 인생유전을 그려내는 SBS 주말극장 ‘아버지와 아들’(토ㆍ일 오후 8시 50분, 극본 박진숙ㆍ연출 김한영)이그 출발점이다. 한 가정의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보다는 아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의 내리사랑을 굳게 믿고 있다고 해도 아버지는 대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자식들에게 만큼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낼 줄 모르는 아버지 태걸(주현). 시인을 꿈꾸기 때문에 대학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막내 아들 종두(이현제)를 불러앉힌 태걸은 “못 배워서 이렇게 사는 아버지를 보라”며 대학입시를 준비하라고 은근하게 강요한다.
배운 것이 별로 없어 원대한 포부 없이 시골 양어장 주인으로 안주해 온 그는 아들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그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후 어려운 시절을 살아 온, 중장년에 접어든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게다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듬직한 형마저 불의의 사고로 잃은 세 형제 재두(김명민) 삼두(이종수) 종두(이현제)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 때문일까.
친구 종태(장욱제)에게 드러내는 구수한 친밀감을 아들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유난히도 엄격하게 대한다.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면서도 언제나 똑똑한 큰 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둘째 재두와 요절한 큰 형 대신 아버지의 기대를 짊어지게 된 삼두는 아버지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아직까지는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자신들의 현실에 갑갑함을 느낀다.
그래서 방황하는 재두와 야망을 키우는 삼두는 애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아버지 태걸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듯하다.
딸은 엄마의 삶을 결코 닮고 싶지않고 어머니는 자신을 삶을 그대로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관계로 모녀 사이는 그려진다.
아버지와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들에 대한 애정을권위로 교묘하게 감추어야 했던 아버지와 부정을 신뢰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아들들. 아직은 전통적인 가부장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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