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과 국제축구연맹(FIFA)의 줄다리기.’ 서로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은 국내 최고 사정기관과 축구정부 FIFA가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다니 무슨 일일까. 감사원과 FIFA가 마찰을 빚고 있는 분야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대회 방송전력 공급방식.요약하면 ‘발전기 설치냐 충전 방식이냐’가 논란이 핵심이며 이 문제는 공공전력에 대한 신뢰와도 맞닿아 있다.FIFA와 월드컵 방송주관사인 HBS는 방송용으로만 쓰일 전용발전기 여러개를 별도로 설치(병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FIFA는 또 공공전력을 활용하되 주전력공급원으로 별도의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도 추천하고 있다.소위 ‘FIFA방식’은 사고발생 요인이 많은 공공전력을 신뢰할 수 없기때문에 별도의 발전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감사원은 4월19일부터 보름간 실시한 월드컵 특별감사를 통해 FIFA 방식이 신뢰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대안은 서울올림픽 때 활용됐고 국내에서 전력 보안장치로 널리 쓰이고 있는 UPS(무정전공급장치) 방식. 공공전력을 100% 활용하면서 축전장치를 통해 사고를 막을 수 있다. FIFA 방식은 국내에서 검증된 적이 없고 발전기를 모두 수입해야 한다는점, 발전기의 소음과 배기가스 배출도 문제가 됐다. FIFA 방식에 비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라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FIFA와 감사원의 의견은 권고사항이므로 결정은 조직위가 내리면 그만이다. 그러나두 기관의 안색을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조직위로서는 선뜻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형편이다. 방송전력 공급방식은 월드컵의 예행연습이었던 컨페더레이션스컵때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영역이어서 선택은 더욱 어렵다. 최악의 경우 FIFA는 한국조직위가 자신의 권고를 무시할 경우 ‘의무불이행’을 문제삼을 수도 있다. 감사원 또한 최고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내린 결론이어서 쉽게 뜻을굽히지 않아 ‘정전(停戰)’이 쉽지 않다.
조직위 고위관계자는 “FIFA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도리이겠지만 감사원의 지적도 타당성이 있어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느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외부에 용역을 맡길 것”이라며 “현재는 경제성보다 신뢰성에 무게를 두는 쪽”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이 문제를 늦어도 10월 말까지 매듭지을 계획이다. HBS 관계자들도 이 달 말 한국을 찾아 의견조율에 나선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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