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梁承圭)가 3일 1997년 9월 광주 시내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김준배씨 사건에 대해 의문사 가능성이 높다며 당시 사건지휘 검사를 소환 조사키로 결정, 검찰과 첨예한 공방이 일고 있다.위원회는 97년 당시 한총련 투쟁국장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김씨가 아파트 13층에서 케이블선을 잡고 도망치다 4.7~5.7m아래로 떨어졌으며 숨지기 전 경찰의 구타행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건 당시 추락지점이 지상 8.4m이며 경찰의 폭행은 없었다는 검경의 부검 및 수사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당시 변사사건 지휘검사였던 정윤기(鄭倫基ㆍ현 영월지청장) 검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및 감정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발생 하루만에 추락사로 내사종결하고 ▦사건의 직접목격자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유가족이 제기한 경찰구타 의혹을 조사하지 않은 점 등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정 검사에게 소환조사를 위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무부는위원회가 추락사가 분명한 사안을 무리하게 의문사로 몰아 가고 있으며 당시 수사검사에 대한 동행명령은 법적근거가 없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씨가 5㎜짜리 케이블선을 타고 내려오다 손이 까맣게 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점으로 미뤄 자유낙하에 가까운 속도로 미끄러져 추락사 한것”이라며 “유족과 학생, 기자 등이 입회한 부검에서도 몽둥이 등에 의한 외상흔적이 없었으며 증인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의문사 가능성을 부인했다.
검찰은 또 위원회의 동행명령장발부에 대해서도 ▦김씨가 이적단체인 한총련 투쟁국장으로서 민주화 운동에 기여하거나 권위주의 시절 독재에 항거한 인물이 아니며 ▦추락사로 사인이 명백하고 ▦정 검사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김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피의자 신분이 아닌 점을 들어, ‘의문사진상규명에관한 특별법’상 조사 및 소환 근거가 없는 권한남용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 검사도 이날 해명서를통해 “그 동안 서면과 전화로 최대한 협조했는 데도 진상규명과는 무관한 의도로 지휘검사를 피진정인으로 소환하는 것은 절대 응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측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김씨 옷에 묻은 타인의 신발자국, 케이블회사 직원과 인근 주민의 목격진술 등이 있는 이상 지휘검사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 검사가 출두하지 않더라도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이외에는 법적으로 출석을 강요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현직검사 소환을 둘러싼 규명위원회와 검찰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김씨 추락직후 경찰이 구타"
의문사규명委 중간조사 발표…대학후배 프락치활용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위원장 양승규ㆍ梁承圭)는 1997년 9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사한 광주대생 김준배(당시 26세ㆍ한총련 투쟁국장)씨 사건 중간조사 발표를 통해 김씨가 추락 직후 경찰에게 구타 당했으며, 검찰이 축소 수사한 의혹이 있다고 3일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김씨는 애초 검경의 발표대로단순 추락사가 아니라 3층 중간까지 내려와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리거나 떨어진 뒤 경찰에 의해 구타 당한 것으로 목격자진술을 통해 드러났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이 같은 추락과 폭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당시 1층에 있던 경찰 A씨가 김씨가 떨어진 108호화단으로 달려간 뒤 수차례 발로 밟고 봉으로 2,3차례 구타했다”고 진술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추락한 김씨를 구타했던 A씨를 독직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김씨는 1997년 9월15일 후배가 제공한 광주 북구 오치동 청암아파트 1308호에서 수배를 피해 은신하던 중 이날 오후 11시께 경찰이 들어닥치자 아파트 외벽의 케이블선을 타고 도주하다 추락사했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우심방과 장파열 등이 추락에 의한 것이라는 부검의 소견을 바탕으로 추락사로 내사종결했다.
한편 위원회는 이번 조사에서 당시 전남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B씨가 돈으로 김씨의 대학 후배인 C(당시 25세)씨를 매수, 프락치로 활용해 김씨를 C씨가 살던 아파트로 유인한 사실을 밝혀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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