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세계에서는 우정도 물거품이었다. 지난달 28일 발생한 평택 조직폭력배 두목 살해사건이 17년 지기 친구간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 영화 ‘친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3일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32)씨와 살해된 폭력조직 C파의 두목 이모(32)씨는 1984년부터 알고 지낸 중학교 동창. 상대방 집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훤하게 알 정도로 절친한 이들은 88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C파에 가입, 조직의 행동대장을 나란히 거치는 등 우정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해 3월 김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자 이씨는 사비를 들여 김씨를 특실에 입원시키고 6개월간 대ㆍ소변을 직접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조직내 세력이 급격히 약화한 반면, 이씨는 조직내에서 승승장구, 지난 해 8월 조직의 두목이 되면서 우정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후 조직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으며 특히 이씨가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에게까지 대우를 제대로 하지 않자 8월25일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고 28일 새벽 3시께 부하 7명을 시켜 평택시 비전동 모 의류매장앞 주차장에서 이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숨지게 했다.
이들은 당시 현장에서 10여명의 목격자가 보는 가운데 이씨를 찌른 뒤 택시를 타고 달아나는 이씨를 다시 뒤쫓아가 흉기로 찌르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3일 살인에 직접 가담했던 김모(30)씨와 살인을 지시한 김씨 등 11명을 붙잡아 살인 및 살인교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기경찰청 최원일(崔元一) 폭력계장은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도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비정한 폭력조직의 실상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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