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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주5일근무제,서비스업 웃고 전통제조업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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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주5일근무제,서비스업 웃고 전통제조업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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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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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햇살이 비치면 다른 한편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마련.근로자들의 삶의질 향상, 레저 활동증가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한 신규 수요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 5일 근무제의 ‘빛’이라고 한다면, 근로시간 단축과 휴가 일수 증대 등으로 고용비용이 늘어나 생산활동 및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리라는 전망은‘그림자’다.

또 상당수 산업과 상권별로도 명암(明暗)이 뚜렷이 교차할 전망이다.

▦ 양지

’닷새 일하고 이틀 노는’ 주 5일 근무로 기대되는 부분은 단연 생산성 향상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근무시간 단축으로 확보된 여유나 에너지가 업무에 활력소가 돼 짧은 시간 내에 집중적으로일을 하려는 욕구가 강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조직의 변화, 효율적 노동관행 및 추가적 자본투자 등에 자연스럽게 눈을돌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측은 “근로시간이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9.1% 감소하면 생산성은 약 5.9%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효과는 역시 삶의 질 향상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 각종레저활동, 사회적 참여, 교육기회가 대폭 늘어난다.

육아나 가사노동 부담이 컸던 여성 근로자들은 생활의 균형 유지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이를 뒷받침할 각종 서비스 산업이 급팽창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가 및스포츠 레저, 교육관련 산업이 ‘주 5일 근무 특수’를누릴 대표적인 분야다.

우선 주말 여행문화 정착에 따른 관광여행업의 대호황이 예상된다. 특히 문화 예술레포츠 건강 환경 연구 학습 농촌체험 등 특정 이벤트와 연계한 여행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RV차량 등 레저관련 상품 제조업과 전원주택개발 부문도 서광이 남다른 혜택을 받을 것이다.

대도시 외곽은 물론이고 휴가철 등 한시적인 반짝 특수에 머물던 휴양지 상권도 활성화하게 된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의 상권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동함으로써 특히 코엑스(COEX) 등 ‘일일 체재(滯在)’가 가능한 대형 쇼핑몰 등은 매출이 지금보다 2~3배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발빠른 휴양지 상인들은 시설확장 계획을 세우는 등 급증하는 주말 여행객들을 맞을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가사노동 대체 비즈니스도 눈여겨 보아야 할 분야. 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임금상승세가 둔화하는 반면 레저나 자기계발 등을 위한 지출은 늘어나 결국 직업을 가지려는 여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다.

탁아소, 청소대행업,결혼 및 장례 토털서비스, 각종 반찬 서비스업 등이 각광받을 업종에 속한다. 1990년부터 주 5일 근무를 본격 시작한 일본에서도 이런 업종들은 불황을 모른 채 고속순항 중이다.

가족 단위 여가생활을 자문해주는 단기 여가 컨설턴트 등 신종 직종의 등장도 점쳐진다.

또 자격증 관련 시험강사, 파트타이머 알선, 아웃소싱 주선업 종사자 등도 훨씬 수요가 많아진 시장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근로자들의 핵심업무 집중을 돕고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없애기 위한 이른바 ‘기업지원서비스’도 수요가 증대된다.

경비 물류 창고 빌딩관리 등의 대행업을 비롯 폐기물 처리, 인력파견 및 인력정보 사업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 음지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주5일 근무는 계층간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틀 연휴를 놓고 ‘혜택’이 상대적으로 늦춰질게 뻔한 1차산업 및 중소영세업체 종사자와 조기도입이 확실한 일반 대기업 근로자나 사무직간에 생길 수 있는 위화감을 우려한 대목이다.

기업경영에도 당장은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노동비용 상승, 근무분위기 이완,추가적 자본투자, 생산량 감소 등이 당장 나타날 어두운 그림자다.

가령 365일 내내 공장을 돌려야하는 섬유 가전 등 노동집약 업종에서는 종전의 3조3교대를 4조3교대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20%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휴대폰 단말기 부품 제조업체인 S기업측은 “5일 근무를 하더라도 실제 업무시간을 즉각 줄이기는 어려워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업체들이 공장을 아예 해외로 옮기는 사례도 생길 것”이라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물론 이런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1~2년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어던 경우든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의 장기화 여부가 최대의 관건이다.

휴일증가와 근로조건 변화로 인한 노사간 마찰 역시 부담이다. 근로자들의 여가에 대한 요구가 늘게 뻔한데다 힘든 일이나 초과근무 기피현상이 확산돼 인력운영 관련 노사갈등이 빈번해진다는 것이다.

유럽과 동남아에 섬유를 수출하고 있는 D사 관계자는 “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근무를 요구하면 불만이 쌓이고 이것이 복지요구, 경영참여 등 다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

특히 교대제 근무가 정착된 생산인력은 남들이 쉬는 토, 일요일 근무시 상태적 박탈감과 불만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업종은 어떤 것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주 5일 근무 실시의 전제조건’ 제목의 보고서에서 ▦섬유 등 전통제조업체▦수출위주 산업 ▦건설 ▦1차산업 등을 쇠퇴할 업종으로 지목했다. 모두 이틀간 여유로 새로운 수요 창출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할 직종은? 시내버스 및 택시기사 등과 복사 및 간식업을 통해 도심에서 썩 괜찮은 수입을 올렸던 사람들의 한숨도 깊어질 전망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유한킴벌리 '4조 근무제' 실시

‘주당(週當) 2일이 아니라 3, 4일을 쉬어도 생산성이 오히려 늘고 있어요.’

근로자가 쉬는 날이 많아지면 회사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운영하기 나름임을 보여주는 사례가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한킴벌리(대표 문국현ㆍ文國現)는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교육 기회를 주는 4조 근무제를 시행, 오히려 재해율을줄이고 매출을 크게 늘려 주목받고 있다.

4조 근무제란 한 생산라인을 4개조가 번갈아가며 근무하는 것으로 현재 생산현장에 일반화한 3조 근무제에 비해 1, 2개조가 많아 근로자가 주당 3, 4일을 쉬도록 여유를 둔 것. 유한킴벌리의 4조 근무제는 4조 3교대, 4조 2교대의 2가지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1993년부터 대전공장에서 실시중인 4조 3교대에선 3개조가 8시간씩 교대로 일해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나머지 1개조는 휴식을 취하거나 교육을 받는다.

A조는 오전7시~오후3시, B조 오후3시~밤11시, C조 밤11시~다음날 오전7시까지 8시간씩 교대로 일한다.각조 업무주기는 28일.

7일 야간근무-2일 휴식이나 교육(첫째날은 휴식, 둘째날은 휴식이나 교육중 선택)-7일 주간근무-2일 휴식-1일 교육-7일 오전근무-2일 휴식과 교육으로 이어진다.

이보다 한 단계 발전된 4조 2교대에선 근로자는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4일 출근한 뒤 4일을 내리 쉰다.

직원들은 16일을 주기로주간 4일 근무(12시간)-휴무3일+교육1일-야간 4일근무(12시간)-휴무4일로 이어진다.

1998년부터 안양, 김천공장 2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3교대이든 4교대이든 교육 시간중에는 직무 훈련, 컴퓨터, 영어 교육 등이 실시되며 특별 근무로 인정돼 급여가 지급된다.

유한킴벌리는 4조근무제를 실시하느라 근로자를 33% 추가 고용했지만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생산성 증가가 이뤄져 회사에득이 되고 있다.

재해율은 1998년 0.54%에서 0.2~0.3%로 떨어졌고 올해는 8월 31일 현재까지 무사고 행진을 기록중이다.

대전 공장은 동일한 생산설비를 갖춘 세계 10개국 97개 사업장중 최저 불량율을 기록하고 있다. 매출은 1994년 2,659억원에서 지난해 5,769억원으로,순익은 83억원에서 53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은욱(李殷旭)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직원들이 생산 현장에 임하는 자세가 적극적이어서 추가 인건비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외국에선…

1946년부터 주 40시간 근로,즉 주5일 근무제를 시행했던 프랑스는 98년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주 4.5일 근무제)으로 더 줄였다.

이에 따라 연간 휴일은 145일에 달하고,여기에 경조사 및 신년 휴가 등 약정 휴가일수를 더하면 150일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음으로 미국(142일) 독일(140일) 일본(139일) 영국(137일ㆍ약정 휴가 제외) 등이 뒤를 잇는다.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130일) 홍콩(109일) 싱가포르(77일)는 선진국보다 휴일수가 적다.

외국에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주 5일 근무제는 두 가지 목적에 의해 도입됐다.

서구 선진국은 실업자 줄이기에 비중을 두었지만 아시아권은 국제사회 비판과 국민불만해소라는 정치적 동기가 강했다.

미국은 38년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양산되자 고용창출을 위해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였고, 97년 집권한 프랑스사회당 정부 역시 실업문제 해결이 당면 과제였다.

반면 일본은 밤낮일만 하는 ‘경제동물(economic animal)’이라는 국내외 비판이 계기가 돼 경제적 위상에 비해 다소 늦은 88년부터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갔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이하 국가중 유일하게 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시장경제 도입후 빈부격차 심화와 저항의식 표출등 개방 후유증 무마를 위해 95년 주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했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전과 후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높아진 국가도 있고 떨어진 나라도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전자에, 일본과 포르투갈은 후자에 해당한다.

근무시간 단축에따른 고용비용 상승을 생산성 향상으로 어느 정도 극복하느냐가 관건임을 말해주는 결과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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