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30여분의 국회 표결이 정국을 안개 속의 대 혼돈으로 빠뜨렸다.여야는 오전부터 무거운분위기 속에서 표 단속에 집중했으나 막상 본회의에 들어가서는 일사천리로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청와대는 임 장관 해임건의안이 처리되자“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표결 전부터 해임건의안의 처리를 예상했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반대표 숫자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아쉬움은 있었다.
일각에서는 자민련과의 ‘불안전한 공조’를 전망하는 시각도 나왔지만, 사실상 공조는 끝났다는 게 대세였다.
굳이 자민련 출신 장관들의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자진 사퇴하는 게 상식이라는 입장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박지원(朴智元) 정책기획수석,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 등으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향후 대책을 숙의했다. 김 대통령은4일 일정을 모두 취소, 청와대의 긴장된 분위기를 엿보게 했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자민련에 끌려 다니지 않아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한편 임 장관은 중앙청사 집무실에서국회의 표결 결과를 TV를 통해 지켜본 뒤 “현재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언론에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김홍재(金弘宰) 통일부 대변인이 밝혔다.
민주당은 임 장관 해임안 가결 직후 의총을 열어 자민련을 강력히 비판하고 '국민 상대 정치를 하자'며 새출발을 다짐했다.이어 긴급당직자 회의에서는 김중권 대표를 비롯한 전 당직자가 일괄 사의를 표명키로 결의했다. 의총에서 김 대표는 "자민련 스스로 공조를 파기했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발언자는 "JP의 40년 세도정치는 끝이 날 것"(김경재의원) "정치 거물들의 비자금 계좌를 찾아내고도 법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등의 말로 JP를 겨냥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민련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등 '바른정치모임'소속 소장 의원들은 해임안 통과에 항의,의원회관에서 3박4일간의 단식에 들어갔다.
자민련은 해임안이 가결되자 "표결까지 간 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2여 공조 지속 여부 등 향후 진로에 대해선 가급적 말을 아꼈다. 변웅전 대변인은 성명에서 "임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것은 공동 정권의 한 축으로서 임 장관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당한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해임안 가결직후 열린 위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즉각 공조포기를 선언한 데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똑같은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가시돋친 대응은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JP는 이어 '(대통령이
)민의를 즉각 수용해주기 바란다"면서 "우리 당은 점잖고 단호하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희 의총에선 이한동 총리를 비롯한 자민련 출신 각료들의 거취에 대해 '일단 청와대의 움직임을 두고 보자'는 유보적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나라당은 해임안 통과 직후 곧바로 논평을 내고 "현 정권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고자 하는 국민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오전 의원총회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고 독려했던 이회창 총재는 표결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국민을 대변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이어 어려운 결단을 내린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당초 반란이 염려됐던 이부영 부총재 등 개혁파 의원들까지 당론을 따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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