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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열풍을 말한다 - 전문가·관련자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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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열풍을 말한다 - 전문가·관련자 좌담회

입력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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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韓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류의 문화 산업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류의실체와 문제점, 한류를 지속시키고 문화 산업화로 이어가기 위한 방안 등에 관해 한류의 주역과 전문가,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참석자

▦김휴종(金烋鐘)/추계예술대학 문화산업대학원장. 경제학박사. 문화관광부의 용역을받아 최근 ‘북경올림픽의 한국문화산업에 대한 효과 분석’ 을 발표했다.

▦김윤호(金允皓)/ 1997년 베이징(北京)에 한국인 처음으로 연예기획사 ‘우전소프트’ 를 세워 H.O.T 안재욱 등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성사시킨 한류의 개척자다.

▦김상철(金相哲)/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아시아 대양주팀장. 일본,말레이시아 등 무역관에서 6년 간 근무했다.

▦차인표(車仁杓)/ 대만 등지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의 주역 중 한명. 탤런트.

사회=한기봉 문화과학부장

_현재 중국과동남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 열기의 실체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차인표=6개월 전과비교해 지금의 한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지난 해 10월 대만에 드라마 ‘불꽃’ 때문에 처음 초청받아 갔을 때는 알아보는 사람도, 한국 드라마를 수입하려는 브로커도 별로 없었는데, 올해 다시 방문했을 때는양적으로 질적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져 있더군요.

▦김윤호=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맨 처음 ‘사랑이 뭐길래’ 가 중국 CCTV에 방송될 당시만 해도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인지도 및 문화적 이해 부족으로 판매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거의 입도선매하는 식입니다.

요즘 국내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는 1~2회만 보고 구매계약을 추진할 정도입니다. 1999년 이후로는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 H.O.T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 입니다. 우리 가수들이 베이징에 오면 공안 당국이경비를 이유로 기획사에 가수의 스케줄을 자세히 묻습니다.

_한류가 일시적인유행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윤호=지금은 베이징중심에서 벗어나 홍콩권인 광둥성을 포함해 한류의 지역적 지지 기반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콘텐츠의 질적인 면에서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비교우위만 유지한다면, 한류는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이미 한류는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말 배우기, 패션, 요리 등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김휴종=모든 문화 현상은유행입니다. 중요한 것은 거대한 시장인 중화권에 들어선 것을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중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 단계이고주요 소비자 층도 청소년들이므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기대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과거 미국 노래를 듣고 자란 한국 청소년들이 미국 문화에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과 비슷하지요.

▦김상철=유행이라는 표현에구애받을 게 아니라 아시아쪽에 불고 있는 문화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아시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봅니다.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한류 붐을 형성한 것이지요.

▦차인표=개인적으로 한류는일시적인 유행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한류는 별다른 준비 없이 갑작스레 이루어진 ‘잭 팟’ 같은 것입니다.

아무도 예상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종합적인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역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동남아의 상품이나 문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만을 팔려고 한다면, 한류 열기가 2, 3년 가다 말수도 있으니까요.

한류를 문화산업화하고 스타 마케팅으로연결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김상철=이제까지 민간주도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한류가 이제 국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보다 전략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언론이나 정부가민간보다 너무 앞서가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자칫 하다가는 상대국의 반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일본의경우를 보면, 일본문화원, 일본주간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일본 문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되 현지에 진출해 있는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식입니다. 스타 마케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인표=대만이나 홍콩에서CF제의를 많이 받고는 있지만, 아직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믿을만한 공식 루트나 대행사가 없고 동료 연예인들이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소문도자주 듣기 때문입니다. 계약관계나 현지 에이전시 등 제반 여건이 진출을 용이하게 만들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김윤호=한류는 단순히드라마나 노래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에서는 요즘 춤을 한국 댄스라고 하고 힙합 바지를 한국 바지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현지에서 중국 청소년들을 만나왜 한국 가수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친근해서 좋다고 말합니다. 록 위주인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댄스 음악이 자신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고합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우수성이 관건입니다. 만일 현지에서 한국 가수나 드라마보다 우수한 연예인이나작품이 등장한다면, 지금처럼 한류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중국 팬들의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국 법을뜯어고칠 수 없다면 그 테두리 안에서 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휴종=한국 문화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중국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으면 한류(韓流)가아니라 한류(漢流)로 나중에 역류될 것입니다.

중국은 2008년올림픽과 연내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등을 앞두고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도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풀어나가기위해서는 역한류도 필요합니다. 결국에는 중국, 한국, 일본 삼국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아시아적 콘텐츠 시장을 이룰 수있어야 합니다.

_한류를 지속적으로유지하는 데 걸림돌로 전략 부재, 콘텐츠 부족, 영세한 공연기획사 난립, 정부의 민간부문 지원체계 미비 등을 들고있는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윤호=올해 중국에서공연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한 한국 기획사만 30곳입니다. 중국인들도 이러한 과열에 대해 놀라고 있을 정도입니다.

1년에 1회 공연하게 되어있는대만, 홍콩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가수들에 대해서도 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앞으로는 콘서트 등을 중국 기획사가조직하고, 한국 연예인들을 모셔가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 연예인을 선별한다는 소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준이 애매해 문제가 많습니다.

▦김휴종=역류를 허용해야합니다. 중국 등이 한류의 열기가 고조될수록 경쟁 상대로 이해하기 때문에 문화의 상호교류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차인표=한류의 성공여부는 콘텐츠의 경쟁력에 있다고 봅니다. 우선 우리 드라마나 가요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류는 성공할 것입니다.

_문화관광부 등에서 한류에 대한 지원책을발표하고 국회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습니다. 문화 진출에 정부가 나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은데.

▦김상철=선진국들의 최근국가 마케팅은 물건을 직접 사 달라고 캠페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부감때문이지요.

대신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가이미지가높아지면, 당연히 그 나라의 상품을 소비하게 되니까요.

정부는 측면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한류에 영합하려는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해 국가 이미지를떨어뜨리지 않도록 교통정리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또한 한류를 한국의 전통적인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쪽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말고, 대만, 중국등 각국 신세대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아시아 공통의 문화적 모티프를 찾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휴종=같은 생각입니다.정부의 업무는 후면 지원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다만, 중국의 법적, 제도적 변화에 대비해 한국 업체의 어려움을 잘 경청한 다음, 정부가 우리나라문화산업에 유리하도록 틀을 정해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의 요청도있으므로 가장 합리적으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제시하는 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 못지 않게, 국내 문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인력의 부족입니다.

단기간에 한 건 올리자는 식이 아니라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사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야합니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을 도와야겠지요.

▦김윤호=법적, 제도적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작은 부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20대 초반의 남자 가수들의 경우 병역의무 때문에 단수 여권만 나오는 등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정부는 해외 지원보다는 국내 콘텐츠 지원,대중문화가 발달할 수 있도록 국내 시장 육성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차인표=문화수출은 관광과직결됩니다. 제 경우도 6월에 대만 팬 클럽들이 내한한 적이 있습니다.

영세한 패키지 상품, 심지어 사기성 상품으로 인해 가격만 비싸고 내실이없어 한국에 대해 실망하고 돌아가는 외국 팬클럽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봅니다.

김지영 기자

koshaq@hk.co.kr

배국남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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