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신문에서 칼럼 밑에 ‘이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꼬리표를 보았습니다. 실제로는 오히려 그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글이 많던데이 꼬리표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진호ㆍ34ㆍ서울 강동구 암사동▶오피니언면은 95년 중앙일보가 처음 도입한 후 다른 신문들이 잇따라 따라가면서 지금 형태의 2개면 체제가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오피니언면이 생기면서 그 동안 사회면과 종합면 등에 들쭉날쭉 게재되던 독자투고,외부기고, 언론인칼럼 등이 한 곳에 모여 ‘사실’과 ‘의견’이 편집상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신문 기사에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읽고’ ‘편집국에게’와같은 란과 ‘바로잡습니다’와 같은 정정보도란도 배치되면서 독자들의 반론권도 확대되었고, 다양한 필진들의 칼럼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언론사 간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오피니언면이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공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외부기고를 통해 자사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덧붙이는 것은 오히려 주관적인 의견을 객관적인 양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의견도 있습니다.
세종대 허행량교수는 “90년대 중반 이후오피니언면의 확대로 칼럼의 수가 늘어났지만 칼럼니스트의 부재와 자발적인 외부기고의 빈곤으로 대부분의 신문이 대학교수 등의 외부 필진을 많이 활용하고있다”며 “하지만 원고청탁으로 이뤄지는 제작관행상 의도성이 배제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저작권법상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필자의 견해이므로 ‘편집방향과다르다’는 글 자체가 사족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 중앙일보 정도가 이 같은글을 싣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오피니언면이 발달한 서구에서는 이 면이 오히려 회사의 입장과는 다른글을 소개하는데 역점을 두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오피니언면 자체를 ‘사설과 반대된다’는 의미의 ‘오프-에드’(OP-ED:OppositionalEditorial)라고 부릅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오피니언면은 2~3개의 사설(Editorial)과 함께 칼럼니스트가 쓰는 OP-ED 칼럼(Op-EdColumn), 외부기고로 이루어지는 OP-ED 기고(Op-Ed Contributors), 그리고 독자투고(Letters)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언론재단의박홍원 연구위원은 “서구에서 오프에드면은 전통적으로 사설과는 별개의 의견이 개진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왔다”며“이를 통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을 담아내는 쌍방향 의사전달 창구의 역할을 해온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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