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앓은 뒤 아이가 귀를만지면서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해요.”환절기 감기 후유증으로 병원마다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어린이 중이염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중이염은 말그대로 중이(中耳)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감기의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특히 생후 6개월~6세 아동들이 많이 걸린다. 어린이 열 명 가운데 아홉명이 급성 중이염을 적어도 한 번 이상 앓고 두 번 이상 앓는 경우도 절반을 넘는다.
지난 해 병원 외래 환자 가운데 중이염이 고혈압-피부염-위십이지장염-당뇨에이어 5위에 오를 정도였다.
■중이염 왜 어린이에게 많을까?
중이염에는 크게 발열, 귀의 통증 등을 동반하는 급성 중이염, 이런 급성 증상 없이 중이 내에 물이나 고름등이 고여 빠지지 않는 삼출성(渗出性) 중이염, 만성화한 만성 중이염 등이 있다. 어린이들은 급성 중이염에 잘 걸린다.
어린이의 이관(耳管ㆍ유스타키오관)이 어른보다짧고 넓은데다 직선이라 코나 목의 분비물이 중이로 쉽게 들어 오기 때문이다.
급성 중이염에 걸리면 갑자기 열이 나면서 귀가 아프고 잘 들리지 않게 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영아들은 보채면서아픈 귀를 잡아 당기거나 비비는 것이 특징이다. 영아들은 설사를 하거나 토하는 등 전신증상도 많이 나타난다.
급성 중이염을 첫 돌 이전에 앓으면 재발이 잦거나 만성화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따라서 처음 앓을 때 제대로치료 받아야 하는데 항생제로 치료하면 잘 낫는다.
실제 항생제 복용 후 1~2일 만에 열이 떨어지고 잘 노는 등 증상이 금방 좋아진다. 하지만이 때에는 균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약을 끊으면 절대로 안 된다.
균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적어도 10~14일간 복용해야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약을 2주간 복용한 뒤 반드시 고막에 이상이 없는지 여부를 의사에게 진찰 받아야 한다.
만일 항생제를 복용한 지 1~2일이 지났는데도 계속 열이 나고통증을 호소할 때면 고막절개술을 통해 원인균을 밝힌 뒤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급성 중이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하게되고 심지어 난청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출성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과 같지만 발열이나 통증 등 염증 때문에 생기는 증상 없이 고막 안에 물이 차 있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어린이가 텔레비전을 크게 듣거나 가까이서 보게 되는경우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소아 난청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아주대 의대 이비인후과교실 전영명교수는 “1~2세가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시기여서 중이염에 걸리면 청력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출성 중이염 원인은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언청이, 종양, 비행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급격한 기압의 변화 등이 있다.
중이염 환자들은 약물로 치료하지만 가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관을 고막에 삽입하고 이관을 통해 귓속의 분비물을 귀 밖으로 빠지게 한다. 또 아데노이드를적출해야 하는 수술도 있다.
■ 어린이 중이염 어떻게 예방하나?
급성 중이염은 항생제만 잘 쓰면 대부분완치가 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만성 중이염으로 발전할 수 있고, 드물게는 뇌에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6세 이하의 어린 아이를 둔부모들은 반드시 감기 등이 있을 경우에 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아이의 청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
전영명 교수는“어린이 급성 중이염을 예방하려면 흡연을 하는 가족은 금연을 하고 모유를 먹이는 것이 어린 자녀의 중이염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어린이가 우유를 먹을 경우에도 누워서 우유병을 빨고 수유를 하면 코를 통해서 중이로 우유가 들어가 중이염에 쉽게 걸릴 수 있고 특히돌 지난 아이가 혼자서 우유병을 들고 누워 빨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발도 자주 씻기는 것이 좋다. 중이염은감기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기에 잘 걸리면 중이염에 쉽게 노출된다.
그리고 무리하지 말고 잘 쉬게 하고 잘 먹이는 것도 중요하다.만일 유치원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서 병에 더 걸린다면 잠시 쉬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이염에 잘 걸리는 아이는 수영하는것도 피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홍성화 교수는 “아이가 중이염에 자꾸 걸리면 비법을 찾아서 헤매는 부모가 많은데 그런 것은 없다.
의사진료를 받고 꾸준히 치료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이염에 자주 걸리던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증가하고 귀가 자라면 점점덜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말 배우기 늦다면 선천성 난청 검사를…
유ㆍ소아난청환자의 조기 발견과 이에 따른 청각재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000명당 1명 꼴(미국 통계)로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나는 신생아를가려내는 난청검사가 국내에서는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홍성화 교수는 “ 콜로라도, 로드아일랜드주 등 미국에서는 신생아가 태어난 지 3개월 이내에 청력검사를 반드시 받도록 법적으로정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런 강제조항이 없어 조기발견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난청 때문에 말을 배우지 못한 아이를 ‘말이늦은 것은 집안 내력’이라는 어르신 말만 믿고, 서너 살이 넘어서야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라매병원이비인후과 정하원 박사는 “유소아 난청은 언어 및 지능 발달, 사회적응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 특히 청력회복이 불가능한 감각신경성난청의 경우 가능한 빨리 보청기 등을 이용한 청각재활 및 언어치료를 시행해야 하므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마가 부를 때 아이가 반응하는지 간단히 테스트해 본 후, 난청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난청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방음이 잘된 청각 검사실에서 단순청력검사,고막검사, 이음향방사검사, 뇌간유발반응검사 등 정밀검사가 실시된다.
정박사는 “가족이나 친척 중 청력장애의 병력이 있을 때, 엄마가 임신 중 매독 등 질환에 감염됐을 때, 미숙아나 저체중아로 출생한 경우, 출생후뇌막염이나 성홍열에 걸렸을 때, 난산 또는 분만시간이 오래 걸려 무호흡 상태에 빠진 경우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청환자에게는보통 인공와우이식술을 하는데,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술시기가 점점 앞당겨져 최근엔 생후 18~24개월에 시행되고 있다.
서울대, 세브란스, 경북대,동아대, 서울중앙 병원에서 현재 시술 중이며, 삼성서울병원도 준비 중이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귀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
▦어지럼증이 있으면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한다= 어지럼증은 중추신경 질환일 경우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민간요법에 의존했다가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원인감별을 위해 청력검사, 전정기능검사,MRI검사 등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비인후과와 신경과, 반드시 두 군데 다 가보도록 한다.
▦귀가 크면 오래 산다= 귀는 놀랍게도 성인이 돼서도 조금씩 큰다. 오래 살면남보다 귀가 커져서 장수인은 귀가 커보일 수밖에 없다. 오래 살아서 귀가 커졌다고 해야 옳다.
▦귀지는 꼭 정기적으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스스로 자정기능이 있으므로, 특별한경우가 아니면 꼭 제거해 줄 필요가 없다.
▦안면마비가 있으면 중풍이 있는 것이고 침을 맞아야 한다= 안면마비의 원인이 중추성인지,말초성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은 다음, 꼭 감별해야 한다.
▦고막을 다치면 수술해야 한다= 고막은 재생능력이 뛰어나므로 일단 염증 등 합병증이생기지 않도록 치료만 하면 대개 치유된다. 단, 이소골이 손상되거나 중이염, 고막 재생부전 등 증상에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 정상인처럼 들을 수 있다=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좋지않다. 인공와우는 달팽이 관이나 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긴 하나, 꾸준한 적응 훈련과 재활 치료를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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