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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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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신상 공개

입력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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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이론에 ‘위하(威嚇) 효과’라는 게 있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위협을 통해 잠재적 범죄인인 일반인의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형벌의 목적이라는 것이다.당연한 얘기 같지만, 형벌 위협이 구체적 범죄 실행을 크게 억제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많다. 대표적으로 사형 반대론은극형의 위하 효과조차 의심한다.

이런 바탕에서 형벌의 목적을 일반적 예방 효과보다 범죄자 격리와 교정(矯正) 에서 찾는 현대적 형사 정책 이념이나온다.

■ 논란이 치열한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이 위하 효과를 앞세웠다. 형벌보다 가혹할 수 있는 사회적 제재를 통해 청소년 상대성범죄의 잠재적 범죄인인 성인들이 스스로 삼가고 경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성매매 확산에 책임이 큰 어른들의 그릇된 성의식과 풍조를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한 충격 조치란 설명이다.

이중 처벌과 인권 침해 등 위헌 소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논리에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분위기다.

■위헌 시비는전문가들이 가릴 몫이지만, 신상 공개의 위하 효과부터 냉정하게 가늠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방식의 신상 공개는재미 삼아 청소년의 성을 사는 이들에게 심리적 억제로 작용할 지 모른다.

그러나 쉽게 성을 파는 청소년들의 문제는 고민하지 않은 채, 어른들의왜곡된 원초적 본능을 억지하는 효과가 얼마나 크고 지속적일지 의문이다.

성 도착(倒錯)등 정신적 장애가 흔히 작용하는 미성년 강간 범죄 등에 대한위하 효과는 한층 의심스럽다.

■자주 인용하는외국 사례도 위하 효과를 정확히 뒷받침하지 않는다. 성범죄자 집앞에 ‘위험’ 표지까지 세운다고 강조하지만, 잠재적피해자와 주변에 위험을 알려 재범 가능성을 봉쇄할 목적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어정쩡한 신상 공개는 전과자를 패가망신케 하는 징벌 효과가 두드러질뿐, 잠재적 피해자에게 도움되는 측면은 없다.

청소년 성매매 확산에 당황한 나머지 본질적으로 달리 접근할 문제를 뒤섞어 놓고, 막연히 예방 효과를기대하는 듯한 느낌이다. 위헌 여부를 떠나, 정밀하면서도 폭 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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