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가 없는 나라에서 낙오되느니 차라리 떠나겠습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1, 2일 열린 제2회 해외이주ㆍ이민박람회와 제13회 해외유학ㆍ어학박람회에 4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이틀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행사장에 마련된 400여개 부스에는 참가자들이 하루종일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렸고, 세미나장 등에는 줄에서 밀려 입장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광경도 연출했다.
박람회장을 찾은 이들은 30~40대가 주류. 이민 정보를 놓칠세라 분주히 귀를 기울였지만 이민 이유를 묻자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같이 입시지옥과 취업불안, 희망 없는 정치와 흔들리는 경제 등 ‘한국판 좁은 문’의 현실을 넋두리처럼 털어놨다.
의료 벤처업체 기술이사인 박모(40ㆍ경기구리시)씨는 “대기업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다 2년 전 벤처에 투신했지만 최근엔 경기가 나빠 일거리마저 떨어질 판”이라며 “교육비도 만만치 않아 딸아이(12)와 아들(7) 녀석을 먼저 캐나다로 보내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아예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민 관련 팸플릿을 쌓아놓고 고민 중이던 신동만(申東萬ㆍ28ㆍ서울 강북구 수유동)씨도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결혼하면 바로 이민을 떠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람회 참가업체 직원들도 밀려드는 고객과 상담하느라 식사도 거르는 등 눈코 뜰새 없이 바빴고 유학 설명회가 열린 세미나장은 복도까지 사람들이 몰려 최근의 이민 및 유학 열풍을 실감케 했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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