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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 "남북문제 민족차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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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 강원용 평화포럼 이사장 "남북문제 민족차원서 접근해야"

입력
200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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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원로 중 한명인 강원용(姜元龍) 평화포럼 이사장은 2일 8ㆍ15평양축전 방북단 논란을 둘러싼 최근 사태에 대해 “민족 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강 이사장은 현 상황에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은 “남북교류를 하지 말자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로의 책임감에서 인터뷰에 응했다는 그는 “21세기 우리 민족의희망은 향후 2~3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건설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며 “이에 실패할 경우우리 민족에게는 커다란 좌절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장관 해임 문제로 정치권대립이 극심한데 .

“이 문제는 일 개 정치현안이 아니라 민족문제다. 반세기의 남북 대결구도를 평화구도로 바꾸느냐, 아니면 대결구도를 지속하면서 21세를 맞느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자세에서 바라보아야한다. 여야 모두 이것부터 얘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풀어야 하나.

“타산지석(他山之石)인 독일을 볼 필요가 있다. 서독이대결이 아닌 평화를 통해 통일을 이룩하겠다고 나선 1972년부터 통일이 이뤄진 1989년까지 17년간 양독 교류에서 무려 5만7,00여건의 불상사와사건이 발생했다. 상상 가능한 모든 사건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동서독이 사사건건 부딪쳤다면 지금의 통일은 없었을 것이다. 서독의 정치인과 언론은그 때마다 현명했다.

전쟁을 겪은 남북한은 동서독보다 훨씬 대립적이다. 우리가 평화를 지향코자 한다면 독일인들보다 더욱 굳건한 각오가 필요하다.아마도 우리에게는 10만건 이상의 사건이 생길 것이다.”

-8ㆍ15 평양축전에서 방북단일부가 국민 정서에 크게 배치되는 일을 한 것은 사실인데.

“해방 후 처음으로 300여명의 민간인들이 8ㆍ15를 기념해 평양을 방문한 것은 과거에 없었던 사건이라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 행사는 통일부 작품도 아니다.

남북 민간대표간들이 협의해 이뤄진 것이다. 한 때 북한이 행사 장소를 3대헌장 기념탑에서 하자고 해서 통일부가 방북을 허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7대종단 대표들은 뜻 깊은 일이 장소 문제로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진정했다.

방북단 일부가 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3대헌장 기념탑에서 벌어진 행사에 참석한 것은 옳지 않은 일로 해당자에게는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임 장관 해임건의안이 3일국회에서 표결 처리되는데.

“평양 축전을 끝내자마자 우리가 일부 인사를 구속한데 이어주무 장관마저 해임한다면 남북교류를 그만 두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누가 마음 놓고 평양에 가겠는가.남북 평화체제를 지향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번에 평양에서의 행적으로구속된 인사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이를 준수해야 마땅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수백명 중 몇사람만이 돌출행동을 했고, 행사 성격도 8ㆍ15 행사라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남북대결구도’가 우리사회에 잔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외눈박이들이 많기 때문이다.북한을 동포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눈과 우리와는 적대적인 체제로서 북한을 바라보는 눈을 함께 갖지 못한 이들이 아직도 적지않다.

6ㆍ25와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통해서만 북한을 기억하는 눈을 가진 외눈박이들이 여전히 많다. 또 북한을 낭만적으로 보고 비합리적으로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외눈박이들도있다.

외눈박이들의 시각은 일리는 있지만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역사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

-민족 문제가 종종 정치쟁점으로 비화해 정치적 대립을 부채질하는 역효과도 많은데.

“배경에는 내년도대통령 선거가 있는 것 같다. 정당인들이 정당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정치인들도 반드시 한계를 지켜야 한다. 민족 전체의 이익과 관련될 경우에는 초정파적 자세가 필요하다.”

-현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앞으로 2~3년간 우리가 남북평화정착의 길에 오르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현재 대북정책을 둘러싼 균열이 있는데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하지만 균열이 균열로 끝나서는안 된다. 의견차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 그 대화는 ‘내가 절대로 옳다’는 전제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 ‘굳어진 보수’와 “낭만적진보‘ 보다는 ‘온건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 강원용 이사장 약력

-1917년 함남 이원 출생

-1940년 일본 메이지학원 영문학부졸업

-1956년 미국 유니언 신학대학 졸업

-1955~1986년 경동교회 당회장

-1963~1995년 크리스찬 아카데미원장

-1968~1983년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중앙위원

-1998년 통일고문회의 의장

-2000년 평화포럼 이사장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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