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은 요즘 기자들을 만나지 않고 있다. 공동 여당의 공조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DJP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자신이 말 실수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면 아예 자민련과의 대화가 봉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기자들이 사무실 밖에 대기하다가 외출하는 한 실장을 붙잡아도, “잘 될 것” “기다려 보자”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2중 지퍼’라는 별명이 ‘3중 지퍼’가 될 상황이다.
한 실장은 심경이 편치 않지만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중권(金重權) 민주당대표가 청와대 참모들을 비난했을 때에도 할 말은 많은 듯 했으나 꾹 참는 모습이었다.
임동원장관 문제로 공동 여당간에 가시 돋힌 설전이 오갈 때에도 원론적인 언급만을 했다.
한 실장은 “여백이 있어야 다른 그림도 그리는 것 아니냐”는말로 자신의 침묵을 설명했다. 모두가 대립해도 누군가 말을 아껴야 극적인 반전이 필요할 때 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공동 여당의 대립 국면에서 한 실장이 97년 대선에서 DJP 공조를 이뤄낸 것처럼 타협의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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