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7월 중 산업활동 동향’은 ‘반도체 쇼크’가 한국 경제전반으로 번지면서, 실물경제의 삼각 축인 생산(- 5.9%), 설비투자(- 10.3%), 소비(2.5%)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특히 정부의 내수진작 대책에 따라 호조세를 유지하던 소비마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강봉균(康奉均) 한국개발원장(KDI) 등 ‘경기부양론자’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염되는 반도체 쇼크
산업생산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동차, 전기기계 등 반도체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전통업종의 동반 침체이다. 자동차(- 13.2%), 기타 전기기계(-15.3%) 등의 7월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 이외 부문의 생산까지 2.5% 감소했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실제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7월 중 도소매 판매는 6월보다 1.1%나 감소했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반 소매와 슈퍼마켓 판매가 각각 6.6%와 4.4%씩 감소, 경기침체의 여파가 서민들의 소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건설경기의 상대적 호조를 반영, 건축재료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7% 늘었고, 기타 종합소매(18.7%)와 의복도매(12.3%), 가정용 기기 및 가구 도매(9.4%) 소비도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다.
7월 중 재고는 15.2% 증가, 6월보다 증가폭이 0.3%포인트 확대된 데 그쳤으나, 출하부진이 심화되면서 재고율은 전달보다 5.8%포인트 높은 89.0%로 급등했다. 설비투자 역시 두자릿수(10.3%)의 감소세를 보이며 9개월 연속 하락,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부
실물경제가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가라앉으면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그만큼 좁아졌다.
그동안 정부는 ‘제한적 경기부양’이라는 논리에 따라 재정의 조기집행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는 간접적 방법을 사용했으나, 정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 ‘제한적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가 ‘3단계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해 재정과 통화를 총동원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실제로 진 념(陳 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연간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경우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경기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을 근거로 내년 초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선행지표 상승이 ‘건축허가 면적’ 등 건설부문의 불균형적 확대에 따른 것으로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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