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대란 우려 속에 정부는 올 수확기 산지쌀값을 80kg 한가마에 작년 수준인15만 8,000원을 유지하기 위해 작년보다 161만섬(13.8%)이 많은 1,325만섬을 3조 9,586억원을 들여 수매한다는 단기적 처방을 발표하였다.이 처방은 당장 쌀값 폭락을 막고 내년 수확기까지 시간을 버는 데 불과하며 장기적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다. 재고 원인이 되는 쌀 수급관리개선을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서 실시하는 휴경 등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고 증산위주의 쌀정책을 양질미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접근방법은 쌀을 단순한 경제재로 보아 수요ㆍ공급의 시장법칙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물론 미국은 농산물 과잉으로 인한 농가소득하락을 시장경제에 의하여 해결하고 있다. 미국은 농산물생산이 국내소비를 충족시키고도 크게 남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UR협상을 통해 해외시장을 모색하거나 학교급식법을 만들어 자국농산물과 자국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만급식에 사용하도록 법으로 규정하여 과잉농산물의 국내소비 촉진을 도모하고 있다.
작년 우리 쌀소비량은 513만톤인데 생산량은 526만톤으로 재고량까지 105만톤이 넘는데다 금년에 풍년이 들면 재고가 더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쌀소비통계를 보면 농촌에서는 1970년대 쌀소비가 1인당 연간 123.0kg에서지금은 139.9kg으로 늘었다. 반면 도시가구는 147.6kg에서 89.2kg으로 줄어 도시의 식생활패턴이 크게 변해 쌀소비가 줄고 있다.
도시청소년들의 식생활패턴이 햄버거, 피자, 빵 등으로 서구화 되면서 쌀소비가 줄어드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체력이 약화되고, 또 쌀소비의 감소는 마늘, 양파, 채소등의 수요감소로 연결되어 농가소득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쌀문제는 쌀이 단순한 경제재가 아니라는 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 쌀은 역사재이며 정치재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50년대 쌀이 모자랄 때는 물가안정을 위한 인플레 수습책으로 시장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정부 쌀수매가를 농민들은 감수해야 했다.
70년대에는 쌀값폭등을 막기 위해 강력한 분식장려정책을 통해 우리 전통적 식생활패턴을 바꾸는 데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이 쌀값 안정을 약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쌀이 남아도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식량의 72%이상을 외국농산물로 채워야 하는상황도 문제이다. 더구나 우리 쌀은 2011년에는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여 20만톤 이상의 쌀 수입이 필요하다고 세계 쌀전문연구소에서 추정한장기 전망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는 역사적으로 농촌보다 서민주택, 공공근로사업, 도시교통난 해소등 도시화정책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농촌이 어려워지면서 이농이 가속화하고 농촌은 공동화한 반면 도시는 팽창하면서 쌀소비가 감소했다.
또 논이공장부지, 주거단지, 도로용지 등으로 전환되면서 논면적이 줄어 쌀생산 감소로 쌀부족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 모두 이를 보지 못한채 단기적 쌀과잉현상에만 매달려 있다.
쌀문제는 단순한 쌀의 수요공급에 의한 양정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도시화촉진에 의한 농촌의 지역불균형 문제나 시장경제로 풀 수 없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에서 정책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쌀문제 해결은 정부의 수매확대나 가격안정도중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직접지불제나 농작물재해보험, 농업인자녀학자금지원 등 시장경제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 시장실패를 보상해주는 정부지원뿐만아니라 농촌지역개발, 환경개선 등에 의한 농민복지대책에서 그 근본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박정근 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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