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사상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169명에 대한 신상이 공개되자 시민과 각 단체의 반응은 찬반 양론으로 크게 엇갈렸다.여성계 등에서는 청소년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법조계와 인권단체 등은 이중처벌과 여타 범죄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당사자들은 “재기의 기회마저 잃었다”며 크게 난감해 했고 가족들은 “이웃 볼 낯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 및 가족
미성년자 강간미수로 신상이 공개된 H(36)씨는 “범죄에 대한 변명의 생각은 없으나 피해자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며 “사회적 매장행위가 정말 바람직한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H씨는 특히 “이번 공개대상자를 보면 대부분 하위계층으로 과연 올바르게 평가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중ㆍ상류계층이 다수 관련된 속칭 원조교제범(청소년 매수범) 누락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청소년 매매 알선으로 공개된O(41)씨는 “어떤 흉악범도 사회적 재기의 기회를 갖는데 이번 조치로 이마저 박탈한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 게 아니냐”며 크게 반발했다.
청소년 성매수로 신상이 공개된 L(33)씨의 부인 이모씨는 “겨우 남편을 용서하기로 마음을 잡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가정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여성ㆍ시민단체
여성민우회 조영희(趙英熙) 간사는 “청소년의성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번 신상공개는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그러나 신상이 모호하게 표시해 진정한 의미의 공개라고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임 청소년 보호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서울고검 강지원(姜智遠) 검사는“당초 취지는 청소년 성매매를 근절키 위한 조치였으나 선별 공개돼 원조교제사범 상당부분이 누락됐다”며 “개인식별이 불가능함으로써 사회적 경고의 기능을 상실했고 대국민 범죄사례 공개에 지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총장인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공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극약처방 또는 충격요법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면서 “신상공개는단기적인 효과만을 거둘 뿐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되지 못하고 기본권 침해 등 위헌소지도 다분히 있다”고 말했다.
▼일반시민ㆍ네티즌
직장인들은 출근 직후 너도나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여성 직장인들은 “이름, 주소뿐 아니라 사진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남성들은“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주부 권모(36)씨는 “당사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원 박모(45)씨는 “명백한 인권침해로 성범죄 예방에 별 효과가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는 청소년 보호위 홈페이지가 하루종일 접속 불능에 빠질 만큼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타당한 조치”, “매카시즘적 발상” 등 찬반 양론 역시 나뉘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김성이 청소년보호위원장 일문일답
청소년보호위원회 김성이(金聖二) 위원장은 “명단공개는 청소년 보호와 재발 방지에 목적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_논란 속에 신상공개를 하게 됐는데.
“이번 공개를 계기로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_ 신상공개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기초하고 있으며 운영규칙 역시 국내 법학자 및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루 수렴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다만 이번 공개를 계기로 있을지 모르는 위헌심판 제기에 대비해 제도에 대한 더 깊은 연구를추진하겠다.”
_동명이인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자이름, 생년월일을 같이 표기하기 때문에 동명이인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_동일 범죄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중 처벌이다’, ‘지나친 망신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있으나 지금 확실히 계도하지 않으면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다.”
_공개 대상자 중 1명이 신상공개를 하지 말아달라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데.
“본인이 공개 대상에 포함된 것에 이의가 있는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다음 공개 시 포함할 계획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신상공개기준
지난해 7월 시행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상공개 대상은 청소년매매춘 영업과 청소년 매매춘 행위자다.
청소년보호위는 법조계ㆍ학계 인사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 형량(40점), 범죄유형(20점),피해청소년 연령(20점), 죄질(10점), 범행전력(10점) 등을 고려해 종합점수 60점 이상을 얻은 자를 신상공개 대상자로 삼았다.
보호위가 지난 3월 법무부에서 건네 받은 명단은 모두 309명. 이 가운데 법시행 이전 범행자를 제외한 300명을 대상으로 최종 심사를 벌여 170명의 신상 공개 대상자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중 1명은 신상공개유보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소송이 끝날 때까지 신상공개가 유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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