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모자라는것보다야 백번 낫겠지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쌀 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 소득 격감이 우려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농민들이 생산한 쌀을팔 수가 없어 ‘쌀 값 대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은 좀처럼개선될 기미가 희박해 이러다가는 쌀 농사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쌀이 넘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쌀의 수요는 최근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공급은 늘고 있다.
게다가 매년 일정 분량을 수입해야 한다. 공급 초과 상태인것이다. 쌀 값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쌀을 충분히 사주어야 하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재정 압박 등으로 한계가 있다. 또 현재 쌀 재고는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권장 수준을 넘고 있다.
정부가 그제 발표한 ‘쌀 수급 및 가격안정 대책’은 당장 눈 앞에 다가온 쌀 값 폭락을 막자는 것이다.
올 수확기에 쌀 매입량을 예년보다 200만섬 정도 늘리고, 정부의 추곡 수매물량 방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총 4조원가까이가 투입된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점을일단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올 한해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농협 및 미곡종합처리장을통한 수매는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이지만, 정부 재정 형편상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다. 농림부도 내년 양곡연도가 지나면 쌀 재고가 재정에 큰부담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제는 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변화가 필요하다.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쌀을 증산하거나, 고급화해 단가를 높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자(前者)로 일관했다. 쌀소비량이 20년 전부터 감소하고 있는데도, ‘식량 안보화’ 등 쌀의 특수성을 강조한 논리를 앞세워 고품질보다는 다수확 품종을 장려했다. 이번 쌀값 파동은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의 결과인 것이다.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일정 수준을 넘는 지원은 국내외적인 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국내 쌀 재배농가의 자기 혁신 노력을 지연시키고, 그렇지않아도 차이가 심한 국제 쌀 값과의 격차를 더 확대시킨다. 쌀을 비롯한 농정 전반에 대한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번 사태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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