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혁명은 없었다. 지난해 8월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비롯해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노블 및 대형출판사들은 “전자책(e-북)의 보급으로 페이퍼백(보급형) 서적의 등장을 뛰어넘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이는 빗나갔다. 이들은 당시 “e-북 시장은 2005년까지 23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만 1년이 지난 오늘까지 e-북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28일 보도했다. 한해 동안 온라인으로만 읽을 수 있었던 스티븐 킹의 ‘총알타기(Riding Bullet)’가 예외적인 성공을 거뒀을 뿐, 극소수의 책만이 원고를 디지털로 바꾸는 데 드는 몇 백 달러의 비용을 보전하고 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당시 선언에 참가했던 출판업자들도 “너무 성급한 예측이었다”며 참담한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전자책을 읽기 위한 휴대용 단말기(리더)의 기술 한계. 데스크 톱 컴퓨터나 노트북에 비해 용량이 적어 ‘내려 받기’에 제약이 있다. 최근에는 출판업자들이 저작권 보호를 이유로 보안 기능을 요구, 제한이 더 커졌다. 가격도 페이퍼백 책보다 비싸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고 있다. 주로 팔리는 책들이 과거 베스트셀러의 디지털 본이나 연애, 서스펜스, SF, 팬터지, 서부극 등 오락 장르에 머무는 것도 한계다.
지난해 말 미국 출판계의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전자책 구매 의사가 있다는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사이먼&슈스터 등 출판사와 젬스타 등 ‘전자책 리더’ 제조업체들은 “멀지 않아 700만 대의 개인휴대단말기(PDA)가 보급될 것”이라면서 “8~10년 안에 전자책이 종이 책과 대등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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