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CEO를 하고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 물러나면 개미 주주들이 돈 챙겨 달아난다고 들고 일어날 것 같아 마지 못해 앉아 있는 거지.”코스닥 시장의 대표주로 꼽히는 A사의 B사장이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곧잘 털어놓는 푸념이다. A사는 최근 별다른 기술개발이나 경영성과없이 그간 쌓아둔 예금 이자만으로 근근이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어 ‘저금리시대의 가장 큰피해자’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벤처기업들의 생존 몸부림이 눈물겨운 가운데서도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 곱지않은 눈길을 받는 CEO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 연봉은 4,000만원”이라고 ‘소박하게’ 밝혔던 C사의 D사장은 최근 강남의한 룸살롱 주차장에서 운전기사가 딸린 최고급 외제승용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목격돼 구설수에 올랐다.
인터넷업체 E사의 F사장은 회사증자대금의 일부를개인용도로 투자업체에 위탁했다 막대한 손실을 입어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다.
‘한몫 챙겨 튀기’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 97년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로 인터넷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프로농구단인수 등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하다 경영위기를 초래한 H사의 I사장.
I씨의 경영실책으로 H사는 큰 손실을 입었고결국 적대적 M&A에 봉착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I씨 본인은 재임당시에 이미 보유지분 대부분을 처분, 1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겨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밖에 주가를 올리기 위해 외국에서 자본을 투자받은 것처럼 위장한 개임개발업체 J사의 K사장은 현재 금감위와 검찰의 수사대상에올라 있고 L사의 M사장은 지나친 저임금으로 직원들을 혹사시키다 노조로부터 고발당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신재정(申載靜) 국장은 “극소수 벤처 CEO들의 부정적인 행태가 전체 벤처인들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며 “어차피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인 벤처세계에서 CEO의 도덕성과 의지는 성공에 필요한 최소한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노원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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