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말까지 한시 운영키로 했던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사실상 조기 종료될 조짐이다.하이닉스반도체에 앞서 현대석유화학 역시 신속인수 중단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상태나 다름없으며, 현대건설은 내 달 400억원 가량의 회사채 신속인수가 불가능해 유동성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 달 중 회사채 신속인수 적용을 받은 기업은 이미 신속인수를 졸업한 성신양회 단 한 곳에 불과했고 다음달 중에도 현대상선만 신속인수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신속인수 대상 6개 기업 중 성신양회를 비롯해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쌍용양회, 현대석유화학 등은 신속인수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속인수제는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는 기업들을 구제해 주기 위한 조치”라며 “장기적이고 대폭적인 채무재조정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신속인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조3,000억원의 채무재조정을 추진 중인 현대석유화학은 14일 도래한 1,500억원의 만기 회사채의 신속인수가 중단돼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져있는 처지다.
채권단은 현재 투신권이 보유 중인 회사채 전액을 저금리로 자체 만기연장해 줄 것을 요청해놓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신속인수 중단으로 4,000억원의 회사채가 연체돼 있는 상태다.
쌍용양회 역시 신속인수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9월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을 선정하면서 74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하는 쌍용양회에 대해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서울보증채는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
채권단 관계자는 “740억원의 만기 회사채 대부분이 투신권 등 기관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신속인수되는 회사채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이 대규모 채무재조정과 함께 투신권의 회사채 자체 만기연장 협상을 통해 신속인수를 대체하려는 방침인데 반해 현대건설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에 대한 회사채 신속인수 조건은 ‘상반기 자구계획 미이행분 4,000억원 및 채권단 유상증자 미실행분 1,900억원 완료’.
하지만 자구 미이행분이 서산 농장 및 계동 사옥 매각 등이어서 9월까지 이행을 완료하는 것은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8월 만기 도래분 72억원을 자체 상환한데 이어 9월에도 403억원을 상환해야 할 처지다.
현대건설 채권단은“조건 변경을 통해 9월에는 신속인수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신용보증기금등은 “자구노력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신속인수를 해 줄 수는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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