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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으로 감독 데뷔 이미연 "기름기 뺀 갈결한 영상 담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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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으로 감독 데뷔 이미연 "기름기 뺀 갈결한 영상 담을래요"

입력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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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38)은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친구(대학 동창)이다. “미연이는 좋겠네. 한국 최고 제작자가 친구여서.” 혹시 이번에 명필름이제작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감독에 데뷔하는 것도 친구를 잘 둔 덕분에?심재명(38)은 ‘반칙왕’의프로듀서였던 이미연과 친구다. “심재명은좋겠네. 친구 잘 둬서 흥행에 성공하고”. 1997년 김지운감독의 ‘반칙왕’ 시나리오 초고를 읽고 그것을 심재명에게 건네주며 영화를만들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 바로 이미연이다. 혹시 그때 고마움의 보답으로 친구의 감독 데뷔를 도와준 것은 아닐까?

대답은 둘 다 “No!” 영화는 오직 ‘능력’에의해 선택될 뿐이다. 27일 ‘조용한 가족’부터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돈 많이 벌어’ 멋지게 단장한 3층건물로 이사한 명필름에서 ‘버스, 정류장’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어떤 영화일까 궁금도 하고, 또 명필름과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영화인들이 집구경도 할 겸 몰려들었다.

남의 영화사, 더구나 신인 감독의 제작발표회장에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모인 적도 없었다. 전도연 이병헌 주진모 김혜수와 임순례 감독, 좋은영화사김미희, 봄영화사의 오정완 대표 등등.

‘와이키키 브라더스’(제작 명필름)를 완성해 놓고 개봉을 기다리는 임순례 감독의 표정이 즐겁다. 그동안 외로웠을 것이다.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고버티는 여성 감독이라야 그와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그리고두번째 영화 ‘집으로’를 찍고 있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뿐이니.

이 땅에서 여성 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10년 전만 해도 긴 ‘한숨’이 대답을 대신했다. 여성운동의 상징이기도 했다.

90년의 한국 영화사에 그들의 작품이0.5%도 안되니.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굳이 ‘여성’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할 만큼 영화에 여성 파워가 두드러졌다.

그냥 제작자이고 감독이다. 이미연 역시 한번도 ‘여성이기 때문에’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남자 얘기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도 두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무게가 남자쪽에 가 있다고 한다.

이미연은 프로듀서 출신 첫 여성 감독이기도 하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프로듀서 전에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의 스크립터를 거쳐 ‘조용한가족’과 ‘반칙왕’ 프로듀서를 했다. 5년 만의 감독 데뷔라면 빠를 수도있다.

그러나 3년 동안 프랑스 영화학교 ESEC에서 연출공부를 했고, 비록 엎어지기는 했지만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조감독도 할 뻔했다.

프로듀서의 경험이 감독에 어떤 도움이 될까. “유연성이다. 연출 하나에 파묻히기 보다는 제작과정 전체를 볼 수 있다. 감독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 없다.

근본적으로 같은 일”이라고했다. 이미연은 감독 입장이 되면서 오히려 피해의식만 생겼다고 한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몰려드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은지난 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이다. 대부분 자신의 시나리오로 데뷔하는 요즘 신인들과 다르다.

“내 시나리오가 있었다. ‘버스, 정류장’이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선택했다”고 말한다. 굳이 내 것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 이역시 객관적인 눈을 가진 프로듀서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대신 그는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다.

“기존멜로 관습, 드라마 구조를 깨고 싶다. 의미 없는 일상 묘사, 그 일상이 또 다른 영화적 판타지(누구나 그럴 수있지만, 아무도 그렇지 않은)가 되는 것이 싫다. 철저한 캐릭터와 ‘기름기를 뺀’ 간결한 이미지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여고생(김민정)과 30대 학원강사(김태우)의 멜로드라마 ‘버스, 정류장’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남녀,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그것으로 둘은 아무런 인연의 끈을 갖지 못하더라도 아주 조금씩 변해갈것이다. 이미연은 “그 느낌을 담고 싶다”고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이면서, 그 현실이 아주 구체적이어서 슬픈영화. 기존 멜로물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아닐까. “새로운 것에는 새로운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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