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의약분업시행 이후 병원 전문의들이 의원 개업 등을 위해 속속 퇴직, 병원들이 사상 최악의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이에 따라 요건에 맞는 최소한의 전문의마저 확보하지 못해 일반 병원으로 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처한 종합병원이 속출하고, 일부 병원에서는 전문의가 모두 빠져나가 특정 과의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04곳의 이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문의 4,479명 중 22.3%인 998명이 퇴직했다.
이는 병원 전문의들이 의원개업 등을 위해 대거 이직했던 의약분업 직전 1년(1999년7월~2000년6월)간의 퇴직률 20.2%보다도 2.1%포인트 높은 것이다.
의료기관별로는 일반병원이 194명 중 66명이 퇴직, 34%의 이직률을 보였고 종합병원은 24.4%,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은 19.5%가 각각 퇴직했다.
또 종합병원의 치과의사는 40.9%, 종합전문병원의 치과의사는 13.6%가 각각 퇴직했다.
대한병원협회 성익제(成益濟) 사무총장은 “의약분업시행 이후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것보다 의원을 차리는 게 수입이 훨씬 높다고 판단해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료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의원들 중에는 병원 고용 의사보다 3~4배의 수입을 올리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과거에는 병원에서 전문의가 빠져나가면 다른 전문의를 금방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입격차 때문에 새로운 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기 안산의 A병원 등에서는 한 과에 1, 2명 정도 있던 전문의가 모두 빠져나가 찾아오는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돌려 보내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 전국 12개 종합병원은 진료과목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최근 일반 병원으로 등급 하락 예비 통보를 받기도 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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