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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실패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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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실패학

입력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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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일본 과학기술청산하 21세기 과학기술간담회가 ‘실패학을 구축하자’는 색다른 보고서를 발표했다.“사고나 제품의 결함이 생겼을 때 원인을 따져보지 않고 덮어버리는 일본기업의 풍조 때문에실패의 교훈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 아래, 실패와 사고 시행착오 등의 사례를 수집해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처방이었다.

사회 전체가 실패 데이터 베이스를 충분히 활용해 같은 실수의 반복을 예방하자는 ‘실패학’의제안이다.

■이를 계기로 ‘실패학’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대지 3만평 짜리 저택에서 임대 아파트 신세로 전락한 유통그룹 야오한 재팬의 와다 가즈오(和田一夫) 회장은 자신의 실패를 밑천 삼아실패사례 전문 컨설팅 회사를 차려 대성공을 거두었다.

도쿄대 하타무라 요타로(畑村陽太郞) 교수의 저서 ‘실패학의 권유’는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문부과학성에는 실패지식 활용연구회가 설립됐으며, 실패 박물관도 건립중이다. 실패에서 배우려는노력들이다.

■실패 문화가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1986년 챌린저 호 폭발사고를 계기로 용감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교훈으로 삼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는 실패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기 위한 입법운동으로 발전해 사법거래 제도를 탄생시켰다. 실패 당사자에게 법률적 면책을 전제로 실패의 전 과정을털어 놓게 함으로써 성공의 지침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물론 의도적이거나 미필적 고의가 있을 경우 징벌적 배상 책임이 따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영국 속담이나, 전철(前轍)을 밟지 말라는 중국의 경구는 우리도 즐겨 쓰는 말이다.

그러나 실패에서 배우기를 우리는 너무 외면하고 있다. “YS가 한 일을 반대로만 하면 안될 일이 없다”던 시정의 여론을 벌써 잊었는지, 왜 그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지 안타깝다.

정부 인사에 지역이 짙다는 비판을 묵살하듯 전문성없는 인사가 여전하고, 잘안 되는 일에 야당 탓을 하는 말버릇까지 그 시대를 너무 빼 닮았으니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려는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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