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단지가 조성돼 ‘정보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도 극심한 불황에 허덕이고있다.실리콘밸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캘리포니아의 핵심 산업도로인 ‘101 프리웨이’.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던 이 곳의 악명높은‘트래픽 잼(Traffic Jam)’도 이젠 옛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닷컴 기업의 도산으로 시작된 실리콘밸리의 몰락은 올들어서는 ‘불황의무풍지대’로까지 불렸던 반도체, 네크워크장비, 소프트웨어기업 등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올해 2분기실리콘 밸리의 투자액은 31억4,000만달러로 지난해(92억8,000만달러)보다 무려 66%나 줄었다.
가장 두드러진 불황의 징표는 IT 기업들의 해고경쟁. 올 상반기부터 정보기기의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하자 IT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앞다퉈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나서고있다.
반도체 회사 W사가 최근 2차례 전체 직원의 20%인 400여명을 자르는 등 상당수 업체들이 20~30% 가량 인력을 줄인 것을 비롯, 그동안 타 업체들의 구조조정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인텔 스리콤(3COM) 등 유수의 IT 기업들도 수천명씩 직원들을 내보냈을 정도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사무실 임대료도 급락하고 빈 건물이 갈수록 늘고있다. 마운틴뷰레드우드시티 등 실리콘밸리내 중심 지역에는 빌딩마다 ‘For Rent(임대), For Sale(매각)’이라는대형 간판이 내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의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空室率)은 지난해 8%수준에서 최근20%로 뛰었고, 지난해 상반기 한달 사용료가 2,500달러였던 소형 사무실 임대료는 500~1,000달러 수준으로 격감했다.
실리콘밸리의 불황은 미국 IT산업 전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6월말 현재 IT산업 지표에 따르면 작년 6월 대비 신규 생산주문은 통신장비 60.8%, 컴퓨터 분야 22.3%, 반도체24.9%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90%를 웃돌았던 공장 가동률은 65%로 크게 떨어졌다.
“빨라야 2003년 상반기나돼야 실리콘밸리의 경기회복이 가능할 겁니다. 누적되는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거나, 활로를 찾지못해 헤매는 업체가 생각보다 많더군요.” 최근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한 국내 벤처CEO의 진단이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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