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오ㆍ폐수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라.”1995년 9월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마산, 광양 등 적조 대발생 지역을 공중시찰한 뒤 특별지시한 말이다. 이후 환경부는 오염물질 총량규제, 침출수 방지 대책 등 예방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로부터 6년 뒤. 적조가 또다시 온 바다를 뒤덮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주무 부서가 해양수산부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생활하수는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고 있고 어민들이 검붉은 바닷물 속에서 죽어가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땅을 치는 모습은 과거와 똑같다. “태풍이 오거나 수온이 낮아지면 잦아들겠죠”라는 관계기관의 발언도 빼 닮았다.
적조는 육지의 오염원이 주범이라는 점에서는 천재(天災)라기 보다는 인재(人災)의성격이 강하다. 일본이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서 유해성 적조 피해가 빈발하자 73년 육상지역의 오염물질 총량규제 제도를 도입, 적조 발생 빈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은 바로 적조가 인재라는 반증이다.
우리는 어떤가. 남해안 일대 하수처리율은 49.5%로 전국 평균 68.4%를 크게 밑돌고, 낙동강에 대한 오염물질 배출 규제 등을 담은 특별법은 국회에서 1년 넘게 낮잠 자고 있다. 오염원을 담당하는 환경부와 구체적인 대책을마련해야 할 해양부는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환경부 출입기자와는 말하고 싶지 않다.”(해양부 국장) “하수처리장 등 기초시설에 투자를 늘리면 나아지겠지만…”(환경부 고위관계자)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당국자들의 황당한 답변이다. ‘적조를 빨리 제거하려면두 부처를 뒤덮은 적조부터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 훈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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