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으로 옮겨 온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순조롭게 운행중이다. 18일 초연 이래 평일65~70%, 주말 90% 이상의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강남 이전으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화려한 무대였다. 정교하고 선명한 조명으로인물의 음영이 뚜렷하게 부각된다.
특히 동영상과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역 계단이나 플랫폼 등 지하철 내부공간의 입체감을 잘 살려냈다.
당초 계획대로3차원 홀로그램을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창녀 ‘걸레’가 죽은 후 그의 환영이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점점 커져가는 동영상 장면을 통해 순수한영혼을 지닌 그녀의 순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인물의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나타내면서 특정 인물만을 튀어보이지 않게하는 의상디자인도 효과적이다.
8년간 공연하면서 꾸준히 ‘버전 업’ 해온 작품답게 무대 여건에 관계 없이 두루 통할 예리한 풍자와 해학이 여전히 번득인다.
사창가 골목의 신산한 하루살이와 가진자들의 비루한 뒷모습을 여지없이 집어낸다. 수입 명품을 싹쓸이하려고 막힌 도로를 피해 지하철을 타고 가는 ‘강남싸모님’, 노인들을 밀치고 자리에 턱 앉아버리는 ‘원조교제’ 여고생은 씁쓸한 서울의 자화상이다.
하지만 일부 대사와 노래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점은 아쉽다. 특히 5인조 록밴드의라이브 연주는 대극장에 맞게 싱싱한 데 비해 이상하게도 대사의 전달력은 떨어진다.
관객과 밀착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는 호흡이 빠른 특유의 대사가생생하게 전달되지만 1,1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는 단어 하나하나가 또렷이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국, 일본 등 앞으로 예정된 해외공연에서는 현지어 자막을 사용하겠지만 정확한 대사는 어디서든 기본이 아닐까. 9월9일까지 LG아트센터.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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