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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USGA 한라운드 최저타 김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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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 USGA 한라운드 최저타 김초롱

입력
200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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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부모님의 나라를 찾았다.다섯살때 처음 왔지만 당시에는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뿌리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에 아버지를 졸라 한국에 왔다”는 의젓한 까닭이 있다.이름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앳된 얼굴의 재미동포 2세 골퍼 김초롱(17ㆍ미국명크리스티나 김). 지난 달 25일 캔자스주 미션힐스의 인디언힐스CC(파70)에서 열린 제53회 US주니어여자선수권2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기록, 미국골프협회(USGA) 100년 역사상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다시 쓴 신데렐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한국말도 잘 못하지만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24일 아버지를 따라 고국을 다시 찾은 동기도 지극히 한국적이다. “짧은 기간에 골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조상님은덕인 것 같아 먼저 미국의 할머니묘를 참배한 뒤 할아버지묘(경남 통영시 광도면)와 친척들도 돌아보고 싶었다.”

5월 새너제이의 오크 그로버고교를 2년만에 조기졸업한 초롱이가 골프채를 잡은것은 11세때. 1981년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그대로 눌러 앉게 됐다”는 아버지 김만규(50)씨는 1남2녀의 자녀에게 방과후 집에서 드라이버 500번 스윙을 숙제로 내줬다(김씨는 스윙템포를 터득하는 데 가장 좋은방법이라고 귀띔).

중ㆍ고교시절 한번도 ‘올 A’를 놓치지 않아 상위성적 5%이내의 학생에게 주어지는 주장학금을 받았던 초롱이를 비롯, 3남매가 공부도 잘 했다.하지만 김씨는 당시 미국의 최고경영자 100명을 대상으로 ‘다시 태어나면 어떤 직업을 갖겠느냐’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프로골퍼를 택한기사를 신문에서 접한 것이 자식들에게 클럽을 잡게 한 계기가 됐다.

한 달뒤 3남매를드라이빙레인지로 데리고 가 직접 볼을 쳐보도록 했다. 초롱이의 감춰진 골프재질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골프지식을 초롱이에게쏟아붓기 시작했다. 프로급 골프실력에다 서울사대 체육교육과 시절 체육역학을 전공한 지식을 토대로 초롱이를 구력 5년여만에 세계 아마랭킹 3위로성장시켰다.

지난 해 1~3월학생내셔널 타이틀인 주니어투어 3개 대회 석권을 비롯, 전국규모 학생대회 우승컵을 차지한 것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초롱이는 내년에 프로로전향하기로 계획을 잡고 올해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6월부터 아버지의 밴을 타고 70일간 2만4,000㎞를 달리면서 LPGA 2부 퓨처스투어8개 대회에 출전했다. 준우승, 3위 2번, 5위, 7위 등 성과가 좋았고 8개 대회 평균 스트로크도 72.09개로 LPGA 멤버들 못지않아 한껏고무됐다.

“20세가 되기 전에수백만달러의 상금을 버는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김초롱. 자선단체에 기부도 하고, 어려운 후배들도 도울 수 있고, 아버지에게 좋은 차도 사줄 수있다는 고운 마음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이다.

이런 마음 씀씀이는 “여가시간에 역사 철학 생물학 관련 서적을 즐겨 읽고 시쓰기를 좋아한다”는건강한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초롱이는 “9월 새너제이에 있는 웨스트밸리칼리지에 진학해 당분간 학업과 프로생활을 병행하다 스탠퍼드대학으로 편입할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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