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며 벼랑 끝 대치 국면을 맞고 있다. 채권단은 6조7,000억원에 달하는채무조정안을 마련, 하이닉스의 회생을 장담하고 있지만 주변 여건은 악화일로다.외국 은행들은 외화채권 조기상환을 공식 요청하며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고 국내외 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다.게다가 만기도래한 회사채의 상환을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회사채 상환 거부 배수진
하이닉스반도체는 27일자로만기도래한 회사채 4,000억원에 대해 채권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회사채 신속인수’ 적용을 중단키로 결정, 상환을거부했다고 28일 밝혔다.
신속인수를 한다해도 만기가 1년에 불과한데다 금리도 연 12% 이상에 달해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회사와 채권단의 판단.
이에 따라 채권단은 투신권에 8월부터 만기도래하는 보유 회사채 1조2,000억원을 3년간 연 6.25%의 금리로 연장해줄것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투신권이 “100% 보증이 필요하다”며 계속 거부하자 8월 이후 처음 만기도래한 회사채에 대해 신속인수 중단을 선언한 것.
회사채 상환을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위험에 빠진 투신권을 협상 테이블로 적극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용 카드’인 셈이다. 그러나 투신권은“지원할 여유가 없다”며 버티기 작전에 나서고 있어 난항은 지속될 전망이다.
■신용등급 큰 폭 추락
잇따른 신용등급 하락도 하이닉스에 커다란 짐이 되고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하이닉스의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무려 4단계 하향조정했다.
한기평은 “채권단간 이견으로 추가지원이 불투명한 상태이고 영업손실 및 투자 부족의 현실을 감안할 때 채무상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하이닉스의 신용상황 악화를 이유로 하이닉스 미국법인의 선순위보증채 등급을 기준 ‘B2’에서 ‘Caa1’으로 7단계나 하향조정했다.
■신뢰 잃은 ‘전폭 지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날 총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채무재조정안을 확정, 29일중 각 채권금융기관에 지원안을 전달한 뒤 31일께 전체 은행장 회의를개최키로 했다.
3조원의 출자전환과 1조2,000억원의 회사채 3년 만기연장을 포함해 ▦리스채 5,200억원 1년6개월 만기연장 ▦신용보증기금 회사채 보증 7,200억원 ▦수출보험공사 수출환어음(D/A) 보증한도 연장 6억달러(7,800억원) 등 외견상 ‘전폭적 지원’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의 분석 결과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연말 유동성은 1,04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예상됐다. 반도체 가격이 마지노선으로 잡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금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예 회생을 결심했다면 신규자금 지원을 포함해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하든지 아니면 지금 포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은행장회의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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