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업계에선 처음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 바겐의 노사가 28일 주당 근로시간 확대와 휴일 근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근로방식에 합의, 독일 노동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특히 세계에서 가장 짧은 법정 노동시간과 노동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한 근로조건으로 유명한 독일에서 사용자측에 보다 유연한 노동 환경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유럽 전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폴크스 바겐 노사는 이날 향후 3년간 순차적으로 5,000명의 신규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주중 근무시간을 35시간까지 늘리고 토요일에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노동협약을 도출해 냈다. 또 임금은 현 협약을 그대로 따르되 초과ㆍ휴일 근무수당을 없애고 대신 생산목표가 달성되면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수익을 경영자와 노동자가 공유토록 했다.
폴크스 바겐의 사용자측이 당초 주장했던 주중 근로시간 48시간에 비하면 다소 미흡한 내용이지만, 현 노동시간이 주중 28.8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측으로서는 상당히 유리한 내용이다.
사용자측은 그 동안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실업난 해결이나 업체의 비용 절감은 불가능한 일” 이라며 강력한의지를 보여왔고, 정부도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물론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금속노조)은 노사간 단체교섭의 근간을 해칠 수 있고, 초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노조의 입장에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으나 결국 주중 근로시간을 타협하는 선에서 사용자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높은 실업률로 정치적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도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폴크스 바겐의 본사가 자신의 출신주인 작센주 볼프스부르크에 있다는 개인적 인연을 앞세워 양측 교섭 재개를 적극 중재하기도했던 슈뢰더 총리는 새로운 모델을 토대로 한 고용창출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
정부 역시 내년 가을 총선 때까지 실업자수를 350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슈뢰더 총리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선거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 양측 교섭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7월 현재 독일의 실업자수는 이미 380만 명(9.2%)을 넘어서고 있어 사민당(SPD)_녹색당연립 정권이 차기 선거에서 고전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폴크스 바겐의 노사간 타협이 독일 노동시장에 새로운 유연성을 확보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슈뢰더 정부로서도 적잖은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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