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의 KBS ‘열린 음악회’ 를 시청하면서, 흥에 겨워 박수 친 사람, 얼떨결에 박수 친 사람,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 본 사람들이 있었을 터다.‘IMF를 넘어 다시 뛰는 한국인’ 이란 타이틀의 이 음악회는 그러나 리듬으로 치면 엇박자였다고 나 할까, 많은 대목에서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음악회의 초점은 ‘다시 뛰자’ 는 쪽 보다, 시종 ‘IMF 극복’ 을 축하 하는 쪽에 맞춰져 있었다.
가수들은 잔칫집무대에 선 듯 ‘저 푸른 초원 위에’ ‘사랑의미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 를 흥겹게 불렀고,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은 박수치며 신나게 따라 불렀다.
그야말로 질펀한 잔치 분위기였다. 그 동안 공부를 잘한 덕에 IMF를 일찍 졸업했으니, 의당축하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그 당연한 축하를 받아들일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만큼 경제는 어렵고, 사회는 밝지가않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날 음악회의 취지를 살린 대목이 있었다는 것이다. 방청석에앉아 있던 김대중 대통령이 “세계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경제가 일거에 도약할 수 있다.
외환 위기 때의 자세로 돌아가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차게 나가자”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면, 열린 음악회는정말로 유감스러운 프로가 될뻔했다.
대통령의 언급은 ‘다시 뛰는 한국인’ 의 의지를 북돋을만 하다.
■축하 잔치를 아무 때나 벌일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사는 프로를 만들기 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다각도로 천착해야 한다.
특히 시청료를 받는 공영 방송은 프로그램 제작에 좀더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방송사들이 평형고리에이상이 생긴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는 얘기가 많다.
그래선지 어떤 땐 신문의 1단짜리 기사가 방송뉴스에선 계속 톱으로 장식된다. 방송은 과거‘땡전 뉴스’ 를 만들어 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이런 프로들이 오히려 정권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도 있다. 이번 열린 음악회가 “과공(過恭)이 비례(非禮)” 사례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종구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