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골프세상] (114)'올드맨 파'와 게임하는 지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골프세상] (114)'올드맨 파'와 게임하는 지혜

입력
2001.08.29 00:00
0 0

골프사가들은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골퍼로 바비 존스(1902∼1971)를 꼽는데주저하지 않는다. 당시 4대 메이저, 즉 미국 영국의 오픈 및 아마선수권을 13회나 차지한 그를 골프사가들은 ‘아마골퍼의 황제’‘20세기의 구성(球聖)’등으로 칭송했다. 그가 세운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4대 경기에 출전했던 기간이 겨우 13년, 그것도 9년은 고교와 대학시절로, 평생 출전게임52회 중 23회를 우승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그는 지성파 골퍼로도 유명했다. 하바드대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을 취득했을 뿐만 아니라 불어, 독어, 영국사, 독일문학, 고대문화사, 비교문학 등을 공부했다. 최고의 기량에 풍부한 학식과유머를 갖춘 그에게 온갖 최상급의 찬사가 따라다닌 것은 당연했다.

다섯 살 때 골프채를 잡은 그는 한동안 골프를 단지 개인적 승부를 가리는 게임으로인식했다. 스코어는 어떤 사람과의 승부의 자료일 뿐이었다. 그러나 열 한 살 때 ‘스윙의 시인’이라는 영국의 해리 바든과 또 다른 영국골퍼 테드레이, 미국의 아마골퍼 프란시스 위멧이 벌인 US오픈 마지막 라운드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연장전 끝에 위멧에게 승리를 빼앗겼지만해리 바든의 플레이는 그에게 감명을 주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스윙, 견실한 플레이, 모든 홀을 파를 목표로 초연하게 게임을 펼치는바든은 존스에게 ‘골프란 어느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고 어느 것에 대해서 플레이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 어느 것’이란 바로 파(PAR)였다.홀마다 파를 목표로 플레이 한다는 것인데 그는 이 가상의 적을 '올드맨 파'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의인화하고 내부의 올드맨 파와 게임 하는 철학과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1925년 프로골프의 왕으로 불린 월트 해건과 바비 존스의 72홀 경기가 벌어졌는데존스는 도전적이고 화려한 플레이의 해건에게 참패를 당한다. 이 이야기는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베니건스의 추억’이란 영화에 극적으로 묘사돼 있다.골프비평가들은 "존스가 기술적으로 패배했다기보다는 ‘올드맨 파’의 룰을 스스로 포기, 처음부터 스코어카드 대신 해건과 대결한 실수를 했다"고평했다. 정곡을 찌른 분석이었다.

83회 PGA챔피언십에서 필 미켈슨과 대결해 메이저대회 첫 승리를 안은 무명의 데이비드톰스의 플레이는 바비 존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홀 한 타를 앞선 상황에서 세컨드 샷의 위치가 나쁘다고 투 온 전략을 포기한 채 파를목표로 공략하는 톰스의 자제력은 무섭기까지 했다. 투 온에 성공한 미켈슨이 버디를 성공시킬 경우 연장전으로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톰스는 연장전으로가는 한이 있더라도 자멸은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파 전략을 고수, 결국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방민준 광고본부 부본부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