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주석의 방북(9월 3~5일)과 관련,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북ㆍ중ㆍ러 북방 3각 관계의 강화로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으로 엇갈렸다.■박건영(朴健榮) 가톨릭대 교수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을 적절히 활용해 왔다.
때문에 江 주석의 방북은 미국에 대한 시위의 성격을 띤다. 江 주석은 북한을 ‘안정적 완충기(buffer)’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식량지원 등을 약속할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등을 권고할 것이다.
결국 미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대화 불가→의제 제시→무조건 대화’순으로 대북정책에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향적인 대북 제의를 한다면, 남북관계에도 의외의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
■송영대(宋榮大) 전 통일원 차관
江 주석의 방북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ㆍ미ㆍ일남방 3각 관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북ㆍ중ㆍ러 3국은 항미(抗美) 연합전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처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주한 미군철수 문제를 거론, 대미 협상 위치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정체 원인을 미국의 대북 강경책으로 보고 있고, 미국이 대북정책을 완화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동만(徐東晩) 상지대교수
江 주석의 방북은 양측의 정해진 외교일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북한이 남북 및 북미협상에나설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북한은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을 북러ㆍ북중관계의 복원으로 극복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서항(李瑞恒) 외교안보연구원교수
江 주석 방북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 편입시키는 데 순기능을 할 것이다.
중국은 식량,석유 등을 북한에 지원하는 대신, 자국이 원하는 국제질서에 동조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은 은유적 방법으로 남북대화와 북미ㆍ북일협상을 재개할 것을 요청할 것이다. 중국은 북ㆍ중ㆍ러 3국이 한ㆍ미ㆍ일 3국과 대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동복(李東馥) 명지대초빙교수
江 주석의 방북은 북ㆍ중ㆍ러 북방 3각 관계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북방 3국은 냉전시대처럼 이념적 동질성으로 뭉친 것이 아니라, 패권국 미국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은 북한에 대미ㆍ대남대화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독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독려는 북한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완곡한 수준일 것이다. 江 주석의 방북이 김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촉진한다거나 남북관계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단견이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재검토의 마지막 단계이다.
江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과 중국은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복원하고, 북방 3각 관계를 회복했다.
북한은 이를 배경으로 북미ㆍ남북대화에 나올 준비를 마무리지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에 남한과의 대화를 권유했을 것이다. 변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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