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무조건 숨기려 했던 우리 시절과는 달라요. 호들갑스럽게 소리지르며, 저를 찾더군요. 학교에서 이미 성교육을 받아, 당황한 표정은 아니더군요.아이의 성장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같은 여자로서 연민의 정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날 저녁, 애 아빠는 꽃다발로 딸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지요.
며칠 뒤 저는 탄생석 목걸이를 기념 삼아 선물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초경을 맞이한 엄마 K씨.
아빠,엄마의 축복 속에 시작하는 여자의 일생…. 60, 70대 할머니, 심지어 40, 50대 세대에게만 해도 월경은 무조건 감춰야 하는, ‘여성에게가해진 신의 저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이나 여성단체가 ‘월경페스티벌’(9월 8일 을지로 5가 훈련원공원)을 할 정도로 이제 월경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존을 회복하는 새로운 코드가 됐다. 더 이상 더러운 것, 부끄러운 것,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월경은 호르몬 작용
한달에 한 번 월경을 겪기 위해서는 뇌속에서 신비의 샘 같이 작용하는 시상하부, 뇌하수체, 그리고 골반 속에 숨어있는 2X2.5㎝크기의 양쪽 난소의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시상하부에서 성선자극 방출호르몬이 분비되면,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 호르몬이 나온다. 이 성선자극 호르몬이 난소를 자극하면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분비된다.
난소에서 나오는 여성호르몬 중 중요한 두 가지 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유한기교수는 “중추신경계-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가 중심이 돼 서로 되먹이기작용을 통해 사춘기 이후 폐경기까지 35~40여 년 동안 끊임없이 호르몬을 조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시상하부및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 호르몬 분비를 어느정도 감소시켜 난소 자극을 적게 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반대로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시상하부-뇌하수체에서는 성선자극 호르몬의 생산량을 증가시켜 뇌하수체의 난포자극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해 난소의 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은여자에게 2차 성징을 발현시키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유방과 성기의 발육을 촉진하고, 피부에 지방을 축적시켜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곡선을 만들어주고, 뼈의 성장과 유지 등에도 큰 역할을 하는 마법의 물질이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과 유방에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수정된 난자가 자궁내막에 자리를 잘잡고 건강하게 임신을 유지시키도록 하며 유방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초경후 첫 2~3년은 불안정
초경이시작됐다고 곧 임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초경 후 첫 2~3년 동안은 무배란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가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월경이 불규칙하고, 혹은 월경량이 과다하거나 과소해 초경환자가 산부인과를 찾는 일도 많지만, 대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안정된 상태가 된다”고말했다.
보통 생리 주기는 21~25일. 평균 생리주기는 28일이나 실제 여성의 15%만이 전형적인 28일 주기를 가지고 있다.
▼월경은 유익하다
의학적으로도월경은 매우 유익한 현상이다. 생리기간 중 여성의 몸 밖으로 배출하는 30㎖의 월경혈은 증식돼 탈락한 자궁내막 등 우리 몸 안의 노폐물을 정기적으로 밖으로 내다버리는 역할을 한다.
체내 찌꺼기를 정규적으로 배출해 우리 몸 속 피의 흐름을 좋게 만들어 피부를 곱고 예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상철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요인도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건강의 바로미터
활발하게움직이던 난소가 늙어 기능이 저하되면 난소의 배란 능력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폐경이 찾아오는 나이는 평균 50세이다.
25%의 여성은 45세이전에, 50%는 50세 전후에, 25%는 50세 이후 월경이 사라진다. 35세에 조기폐경이 찾아올 수도 있다.
폐경의 징후는 생리주기가 짧아지고 월경 과다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검은 갈색의 출혈이나 생리주기가 21일보다 짧은 경우에는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 가능성이 있으므로반드시 자궁내막 검진 및 초음파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내막에 혹이나 폴립이 있을 때도 월경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다낭성 난소 증후군등으로 무배란성 이상출혈이 나타날 수도 있다.
ㅍ월경일기를 쓰자
이처럼 월경은 여성건강의 신호등이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반드시 초경 시작 나이와 월경 주기 등을 물어 환자 자료로 사용하는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모든 산부인과 질환, 특히 불임증 여성에게 월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초경나이, 월경 시작일, 월경주기, 월경량, 통증등 월경에 대한 것은 일기 쓰듯 기록해 놓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포천중문의대 안명옥 교수
“폐경(閉經)이라뇨?여자 몸이 광산입니까? 폐광(廢鑛)이라도 됐다는 말입니까?”폐경 대신 여성성의 완성이라는 뜻에서 완경(完經)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포천중문대 안명옥교수. 그는 자신에게 곧 다가올 완경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폐경은여성에게 새로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해방의 시기이자 또 다른 시작이죠.” 안 교수는 의학자들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폐경에 대한 이해가깊지 않아 정작 여성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가족과 친지의 과장된 편견을 감수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폐경을 난소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해빚어지는 호르몬 부족 상태, 즉 질병으로 간주하거나 우울증과 깊이 연관시켰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이드학파는 ‘부분적 죽음’이라는 극단적 용어까지썼다.
하지만20세기 후반 들어 폐경은 이제까지의 통념과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해석되고 있다. “같은 나이의 남성과 비교해 보세요.
갱년기장애는 오히려 남자가더 많이 겪고 있는 것 아닙니까?” 폐경기를 일생 중 ‘인디안 서머’(늦가을에 찾아오는 여름날씨)로 여기고, 활력 넘치게, 낙천적으로 보내는 여성이많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 연구 결과 대부분 폐경 여성들이 우울증 없이 지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면서 “ 더 힘이 솟아오르고, 성적으로도즐거운 느낌이라는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송영주 기자
■월경통과 생리전증후군
월경통(Dysmenorrhea)은대부분 여성이 일생을 통해 경험하는 통증이다. 월경통은 크게 1차적 월경통과 2차적 월경통으로 나뉜다.
▼1차적 월경통
(생리통)은 특별한 질병이나 신체 이상이 없는데도불구하고 생리시작 전후 2~3일 지속되는 통증을 말한다.
프로스타글란딘호르몬의 과잉분비로 자궁근육이 심하게 수축되기 때문이다. 아랫배 통증,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는데 항프로스타글란딘 약제를 복용하면 생리통을 치료할 수 있다. 보조요법으로는 충분한 수면, 카페인 섭취 제한 등을 들 수 있다.
▼2차적 월경통
은 생식기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로, 자궁경부협착, 자궁내막증, 자궁선종, 골반강 장기염증 및 유착, 골반강 출혈, 스트레스 및 긴장상태 등이 있을 때 오는통증이다.
자궁경부협착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인공유산 등 자궁경부 수술로 자궁경부가 좁아지면서 월경혈이 빠져나오지 않고 역류해 발생하는 일종의염증증세이다.
또 임질, 클라미디아 등 염증으로 골반 장기에 유착이 발생해 심한 월경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치료는 워낙 통증이 심해 진통제 효과는기대하기 힘든 편이다.
전문가들은 월경 시작 전 배란을 막기 위해 여성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하기도 하며, 가임기 여성이 아니라면 자궁적출술을 권하기도한다.
이외에도생리 시작 2주 전 헛배가 부르고 체중증가, 유방 팽만감과 통증, 안면홍조, 피부변화, 두통, 변비, 설사, 아랫배 통증 등 신체증상을 호소하는여성들이 많다.
심한 여성은 우울증, 불면증, 공격성, 긴장감, 집중력 상실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를 생리전 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이라 하는데, 프로스타글란딘 과잉분비와 함께 엔돌핀 불균형, 세로토닌 부족, 면역반응의 이상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포천중문대안명옥 교수는 “지나치게 예민해져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직장 동료와 싸움을 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심한 경우 이상야릇한 성적 도발이나 병적도벽의 충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생리전 증후군 치료에는 황체호르몬을 쓰는데 전체 환자의 18% 정도에서 호전된다.
송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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