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집에서 쉬게 할 걸 괜히 극기훈련 캠프에 보냈나 봐요. 발목 인대가 늘어나 걷지도 못하고 있으니….”올 여름방학동안 한 업체에서 운영한 ‘비만치료 극기훈련 캠프’에 참여했다가 발목을 다친 김모(12ㆍ서울 성동구 한양초2)양과 함께 최근 병원을 찾은 어머니 최모(38)씨는 후회의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학생들의 인기 방학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극기훈련이 ‘사고뭉치’로 전락하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들이 개학을 했지만 극기훈련 캠프나 국토종단 프로그램 등에 참여했다가 다쳐 학교에도 못가고 병원신세를 지는 어린이 환자가 급증, 학부모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극기훈련 사고는 대부분 훈련단체들의 전문성 부족때문. 최근 섬진강건너기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 4명이 익사한 참사와 대구에서 산악행군에 참여한 초ㆍ중학생 30명이 조난당한 사건도 같은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박정형외과 박남수(朴南洙) 원장은 “일련의 극기훈련사고는 기상과 일몰시간 등을 감안하지 않고 훈련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며 “응급조치 요원이 없어 사고당한 어린이를 방치해서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모(경기 연천군 연천초6)군이 이 같은 케이스. 평소 왜소한 체구와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병영체험 캠프에 참가했던 윤군은 발에 물집이 잡히고 실신까지 했지만 변변한 약조차 먹지못했다.
윤군의 어머니는 “캠프 후 오히려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극기훈련은 대상에 따른 훈련의 강도 조절과 안전 확보 등 고도의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란병원 서정아(徐貞娥) 소아과장은 “위험한 극기훈련캠프에 다녀와서 스트레스로 설사 감기 등 잔병치레와 중이염 등 합병증까지 앓는 어린이들도 있다”며 “부모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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