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경제 불황의 탈출구로 대 중국카드를 뽑아 들었다.대만 총통 직속 경제발전자문위원회는 26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에게 대 중국 투자금지 규정 등 반세기 넘게 양안 경제교류의 발목을 잡아온 각종 정부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완화ㆍ철폐할것을 건의했다.
陳 총통도 “자문위의 건의를 토대로 2주내 양안 경제교류에 관한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 충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수용의사 ’를 분명히 했다.
여야 의원과 정부관리, 기업인, 학자등 120명으로 구성된 자문위가 내놓은 중국 관련 건의안은 36개 항목에 달하며 ▦미화 5,000만 달러 이상 투자금지 철폐 ▦대만 은행들의 중국본토 지사 또는 사무소 설치 허용 ▦양안간 신속한 송금체계 구축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양안간 직접무역 허용과 통신개방,교역(通商)ㆍ운항(通航)ㆍ우편교환(通郵) 등 이른바 ‘3통’(三通) 촉진은 물론 중국 자본의 대만 부동산ㆍ증권 시장 투자 허용 등 교착상태에 빠진 양안관계와 관련, 획기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대만 정부가 1996년 제정한 ‘서두름을 경계하고 인내있게 대처한다(戒急用忍)’는 대중 경제정책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유효 적절하게 관리한다(積極開放有效管理)’로 수정, 제시했다.
대만이 이처럼 양안 경제교류에 적극나서는 데는 중국의 싼 임금과 토지를 이용해 국제경쟁력을 강화, 2ㆍ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35%를 기록하는 등 26년 만에 찾아온 경제불황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1990년 이후 연평균 7%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자유롭게 진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다.
실제 대만의 본토 투자액은 해마다 늘어나 현재 700억 달러 규모에 달할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대만 경제계는 “양안 교역량은 미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에 비교해 2%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들에게 거대 시장을 내주고 있다”며 본토 투자 확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陳 총통이 내놓을 ‘포괄적인 전략’의 장애물은 상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대만 독립추진 세력 등의 압력에 밀려 양안 관계를 타개할 정치ㆍ경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대규모 자본과 공장이 본토로 빠져나가면 대만의 일자리가 감소,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중국에 대한 경제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한국기업 "경쟁력 약화할라" 긴장
대만의 중국본토에 대한 투자규제 해제조치에 따라 중국내 시장경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재계는 이번 조치의 영향으로 ▦대만기업들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져 국내기업에 대해 우위를 확보하고 ▦중국시장에서 대만기업의 위상이 제고돼 한국기업의 설땅이 비좁아질 수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우리나라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999년말 현재 10.4%로 이미 대만(11.8%)보다 뒤쳐진 상태. 점유율1위 품목도 대만은 650개나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337개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민족적 동질성으로 무장된 대만기업들의 중국진출이 가속화할 경우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며 “보다적극적인 중국시장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은 반도체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주요 첨단품목에서 우리나라를 맹추격하는 상황.
대만최대의 반도체업체인 TSMC가 중국내 공장설립 방침을 시사하고, UMC도 휴대폰 부품 합작공장설립을 검토하는 등 대만 업체들은 중국투자를 통해 원가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이 경우 대만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중국은 대만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IT육성기반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게 돼 우리나라는 거대 ‘화교경제권’의 공격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편 재계는 대만정부의 중국투자 완화조치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업의 족쇄풀기’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대만 정부가 적성국가인 중국 투자규제까지 풀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경제회복과 기업활력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우리 정부도 그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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