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쌀값이 작년 수확기보다 1%정도 상승한데 그쳐 쌀을 보관하고 있던 농가와 미곡종합처리장 등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내년 쌀값은 올해보다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는우려가 팽배해 있다.하루빨리 이와 같은 쌀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올 수확기에 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 질 것이다.
실제 수급상황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생산량이 3,700만석 정도가 되더라도 농가가 예년 정도의 양을 보관한다면 공급량은 작년 가을보다 200만석 많은데 지나지 않는다.농협이 200만석 정도만 추가 매입한다면 수확기 수급상황은 작년과 비슷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수급상황에 관계없이 모두가 미래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점이다. 농가는 내년에 가격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수확기에 예년보다 많은 양을 팔려 하고, 상인들은 작년보다 적은양을 매입하려고 해 수확기 공급 과잉량이 200만석을 훨씬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일단 수확기에 쌀값이 떨어지면 농가가 미래를 더욱 비관적으로 보게돼 투매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이런 과도한 판매나 매입기피 사태를 막으려면, 농가와 상인의 불안심리를 씻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확기 전에 두가지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첫째, 내년에 쌀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양곡을 방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년 쌀값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둘째, 수확기에 농가가 농협에 판매를 위탁하면 시가의 70∼80%를 무이자로 융자해 주고 판매가 완료된 후 농가에 정산해주는 ‘융자수탁제’를 도입해, 돈 때문에 가을에 쌀을 팔려는 농가의 쌀을 `전량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곡종합처리장은 위험부담없이 수확기에 쌀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수확기 공급과잉을 흡수하는 안전 장치가 될 것이다.
문제는 정부 재고가 400만석 정도늘어난다는 점인데, 쌀가격 하락에 대응한 농가 소득대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고증가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쌀 소득이 농업소득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쌀값의 급격한 하락은 곧 정치문제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년 수확기 쌀시장을 일단 안정시킨 후, 하루 빨리 미국, 일본과 같이 쌀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그 중 70% 정도를 보상하는 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하고 그 대신 쌀 수매제도를 개혁하여 쌀가격이 수급상황에 따라 결정될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정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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