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를 앞두고 여권 핵심부의 파워 게임 양상이 심상치 않다.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서울 구로을 재선거 공천 파문도 권력 핵심들간의 치밀한 이해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짧게는 차기 대선 구도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길게는 “누가 ‘포스트 DJ’가 되느냐”가문제의 핵심이다.
■갈등의 핵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여권 핵심부 갈등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파문에서도 김 대표의 상대편엔 한 실장이 자리했다.
당측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이렇게 종합할 수 있다. “한 실장은 12월에 당 대표로 오려고 한다.
차기 대선에도 깊은 관심이 있으며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대선 경선과정에서 지분을 확보, 포스트 DJ 자리를 굳히려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 공천 문제만 해도 “차기 당대표를 생각하고 있는 한 실장측이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실장측은“모두 추측일 뿐”이라며 “인사는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초연하다. 김 대표 공천 문제에 대해선 “당선가능성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한 실장은 복잡하게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고 일축한다.
한 실장과 동교동계의 관계도 간단치 않다.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김옥두(金玉斗) 전 사무총장은 한 실장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 당 대표경쟁자인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측과 일부 동교동계 중진 의원들은 한 실장과 매끄럽지 않은 관계다.
■기로에 선 동교동계
지난 해 말 ‘권노갑 퇴진’파동 후 잠잠해 진 동교동계 내부는 ‘12월 대선 관련 정국’을 눈앞에 두고재단결이냐, 갈등 확산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핵심은 ‘권노갑ㆍ김옥두 대(對) 한화갑’의 3자 역학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다.
여전히 세 사람 사이에는 한 최고위원의 차기대선 경선 출마, 2002년 이후의 각자 위상 문제 등을 놓고 미묘한 균열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동교동 내부에서 이 틈을 봉합하려는 시도가 잇따라 관심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이달 초의 권ㆍ한 단독 대좌.
권 전최고위원의 출국 직전 이뤄진 만찬 회동서 두 사람은 그 동안의 서운한 감정을 상당히 풀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과 김 전 총장도 최근 직ㆍ간접적으로 접촉해 좋은 결론을 얻었다고 양측 인사들이 전했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 정책기획수석이 중재자로나섰다고 한다. “대선 정국은 물론, 그 이후에도 당을 주도하려면 우리 내부가 우선 단합해야 한다”는 동교동계 내부 여론이 강하다.
그러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권ㆍ한ㆍ김 3자 내부 진영에서 여전히 상대방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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