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후기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예정자인A(27)씨는 이 달 들어 고향에 있는 부모와 연락을 끊었다.졸업학점은 3.0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국가고시에도 합격하지 못하고 영어성적도 좋지않아 졸업장 대신 ‘수료증’만 받게 됐기 때문이다.
10여 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던 A씨는 요즘에는 두문불출한 채 영어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 토플, 국가고시 실패 ‘탈락’
상당수 대학이 졸업요건을 대폭강화하면서 졸업학점을 이수했으면서도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졸업 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이 대표적인 사례. 2001학년도 후기 졸업예정자 63명 가운데 8명이 졸업장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졸업평점 외에 ▦토익(750점 이상) 토플(550점 이상) 등 영어성적 ▦국가고시(사시ㆍ행시ㆍ외시) 1차 합격 ▦관련 자격증(판매관리사 등) 가운데 1가지를 충족토록한 졸업요건에 미달한 것.
이는 전체 졸업자 가운데 13%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 2월 졸업 때보다 ‘졸업탈락자’가 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은 요건을 맞출 때까지는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한 학생의 경우 C기업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졸업장이 없어 기업측이 대학에 ‘진짜 학생’인지 여부를 문의해오는등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 금오공대 42%가 ‘낙오’
경북대에서는 올 후기 졸업예정자 601명 가운데 8명이 외국어 교과목을 이수하지 않았거나 외국어능력시험 점수가 부족해 수료증만 받게 됐다. 지난해 후기에 비해 역시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성균관대도 마찬가지. 외국어, 사회봉사활동, 컴퓨터 능력 등 3가지 분야에서 일정 자격기준을 필요로 하는 ‘3품제’에 걸려 24명이 졸업에 ‘실패’했다.
특히 금오공대에서는 졸업대상자 106명 가운데 무려 42%인 45명이 졸업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졸업 대오에서 낙오했다.
■ 졸업, 대입보다 어려워진다
상당수 대학은 앞으로 졸업요건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어서 ‘대입 보다 어려운 졸업’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의 경우 99학번부터는 졸업 전 텝스(TEPS) 시험까지 의무화하기로 해 일부 학생들의 반발까지 사고 있다.
성균관대도 올해 입학생부터는 토익점수를 기존 600점에서 650점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화여대는 2000학번부터 영어능력시험과 인터넷 관련 자격증을 졸업요건으로한 ‘영어ㆍ정보인증제’를 도입키로 해 학생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통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라며 “학계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학 졸업자의 학업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대학졸업인증제’도 확대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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