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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表動仁心' 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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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表動仁心' 을 아는가?

입력
2001.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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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 국내 언론에 ‘한류(韓流)’란 말이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중국과 동남아에 부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인 한류를 문화산업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 말씀 하신후 더욱 분위기를 타고 있다.정부도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만찬에는 이례적으로장동건과 김남주 등 현지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초청됐다.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동남아현지를 여행하는 한국인은 정말 기분이 우쭐해질 일이다. 베트남 호치민시의 도심에서 이영애와 김남주의 대형 사진을 보며 쇼핑을 즐기고…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장동건이 활짝 웃는 사진이 걸린 관광버스를 타고… 중국베이징의 호텔에 누워서는 안재욱이 나오는 삼성 모니터 TV광고를 보면서 ‘藍色生死戀(가을동화)’를 감상한다?

언제 우리가 이런 자신감과 뿌듯함을느껴 봤는가?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 외국에나가 고생한 사람은 그런 심정을 안다. 한국 선수가 현지 대회에 출전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경기장에 가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어쩌다 흘러간 한국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던 기억.

근엄한 8ㆍ15 경축사에 대중문화가한 구석을 차지하고, 턱시도 차림의 정상만찬에 연예인들이 초청됐으니 정말 대중문화의 파워를 실감하는 시대다. 한국 영화를 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판치는 여름 휴가철에는 아예 한국 영화 간판을 내걸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신라의 달밤’과 ‘엽기적인 그녀’는 미이라와 공룡과 침팬지와 인조인간을 눌렀다. 한국 영화 점유율 50%가 눈 앞에 있고 한국 영화 관객 1,000만 명 시대가 공허한 바람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딴따라’는 없다. 스타만이 존재한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연예기획사에 취직해 매니저란 이름으로 가수들의 뒤치다꺼리를 도맡는다. 청소년들의 장래희망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직업은 연예인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대중문화에 지나치게 심취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대세는 이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중장년 세대가 왕우와 이소룡과 비틀스, 클리프 리차드, 엘비스 프레슬리에 빠졌던 것처럼 얼굴과 취향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국경없는 자본주의는 대중문화가 가장 매력적인 돈벌이의 하나라는 것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에 뛰어 들고 투자를 한다.

세계를 첫 번째로 통일한 것이 기독교라면,두 번째는 할리우드라고 한다. 대중문화의 속성은 바로 그런 것이다. 이제 ‘팍스 아메리카나’는 문화제국주의, 문화패권주의도 내포한다. 각국은 할리우드 문화의 침탈에 싸우기 위해 문화적 독창성과 고유성을 추구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WTO(세계무역기구)의 ‘무역장벽’ 그물에 걸릴 수도 있다.

동남아 한류 열풍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리의 70, 80년대처럼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나는 대중문화의 갑작스런 소비유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중문화의 우수한 콘텐츠와 유교를일부 바탕으로 한 ‘아시아적 감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반발심이라는 어부지리도 업고 있지만.

‘表動仁心(표동인심)’을 아는가? 7월에 한국을 방문한 대만의 차인표 팬클럽 이름이다. ‘차인표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라는 뜻이다. 우리의 드라마가, 가요가, 영화가 동남아시아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니. 그래서 바로 한류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산업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글로벌 아시아’를 꿈꾸는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지원과 애정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기봉 문화과학부장 kib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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