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회사원 강모(32)씨는 부족한 결혼자금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A은행을 찾았다. 일반 신용대출을 받을까 생각하다가 ‘결혼자금대출’ 상품이 별도로 있다는 얘기를 듣고창구 직원에게 문의를 하게 된 것.하지만 강씨에게 적용된 대출한도는 불과 1,000만원, 금리는 연 11.5%로 몹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일반 신용대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해보니 결혼자금대출과 똑 같은 조건이었다.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내놓고 있는 특별 목적 대출상품인 이른바 ‘맞춤 대출’이 그야말로 구색 갖추기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결혼자금에서부터 학자금, 의료비, 인테리어, 세금 대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은 일반 신용대출 상품의 내용을 그대로옮겨놓은 채 단지 포장만 바뀌어 시판되고 있다.
국민은행이 결혼자금 대출용으로 시판 중인 ‘허니문론’의 최고 대출한도는 5,000만원. 하지만 통상 일반적인 신용등급의 고객들은 1,000만원 가량 대출이가능해 일반 신용대출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금리도 연 9.5~12%로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자 소득을 합해 신용등급이산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유리한 것이 있을 뿐 실제 일반 대출상품과 차이는 없다는 것이 은행측 설명이다.
다른 은행들의 맞춤 대출도 사정은 비슷하다. ‘어르신 우대대출’ ‘학습기자재 구입을 위한대출’ (조흥은행), ‘인테리어 대출’ ‘학자금 대출’ (주택은행), ‘새인재 새출발 대출’ (한미은행) 등은 대부분 신용대출상품에 명칭만 바꿔 달았다.
게다가 이 같은 맞춤 대출은 대부분 다른 일반 대출과 동일하게 대출 통합한도에 포함되기 때문에 한도를 늘려주는 역할도하지 못하고 있다.
여신전문업체들은 맞춤 대출의 종류가 더 다양하지만 실속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LG캐피탈은 결혼론, 학자금대출, 직장인소액론, 전문직론,알뜰여성론 등 7~8개의 맞춤 대출 상품을 시판하고 있다.
삼성캐피탈도 아하아카데미론, 아하택스론, 의료비대출, 아하웨딩론 등을 선보이고 있다.하지만 실제 대출내용은 천편일률적인데다 일반 대출상품보다 대출 대상이 확대된 것도 아니어서 고객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몇 금융기관들은 시스템에 의한 신용대출이 보편화하면서맞춤 대출을 이미 폐지했다”며 “금리나 한도 혜택이 부여되지 않는 맞춤 대출은 홍보를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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