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민주당 대표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갑자기 출근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대표 비서실장은 “김대표는 (청와대가) 당대표를 세워놓고 이럴 수가 있느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공개적으로 밝혔다.김대표가 칭병으로 한때 당무를 거부했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김대표의 몸이 어느 정도불편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제반 정황으로 볼 때 몸 보다는 심기가 불편해 출근을 하지않은 것은 분명하다.
설사 당무거부가 아니라 하더라도 집권당과청와대간의 불화로 인해 당 대표가 한때나마 출근을 거부한 것 자체는 예삿일이 아니다.
사실 집권당과 청와대간의 갈등 양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은 김대표의구로 을 출마문제로 비롯된 것이지만, 양측간 불화의 골은 깊다.
정가에서는 지난번 개각 때 청와대가 당을 철저하게 배제한 것이 불화의 발단이라고보고 있다. 당측은 청와대가 개각 때 물을 먹였고, 이후에도 국정쇄신 건의를 묵살했는가 하면, 대표의 구로 을 출마에 제동을 거는 등 번번이 김대표의입지를 어렵게 했다고 고까워 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정권의 기반 세력인 동교동 측과 외인부대 격인 비동교동 측간의세력 다툼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권 내부의 권력 투쟁인 셈이다.
이런 식의 권력 투쟁은 국민들의 일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집권측의 내홍이 국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볼 때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지금은 권력다툼을 할 만큼 한가한시기가 아니다. 모두가 똘똘 뭉쳐 헤쳐 나가도 극복할까 말까 한 총체적 위기의 국면인 것이다.
당장 집권측의 갈등양상은 대통령의 국정장악 능력을저하 시킬지도 모르며, 레임덕 현상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
이런 일로 인해 정국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임동원 통일장관해임건의안을 놓고 공동여당 내에 이견이 있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해 정국의 불확실성은 점점 높아 가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집권당 다 함께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집권측이 똘똘 뭉쳐도 국민들이 점수를 줄까말까 한 판에, 자기네끼리 싸움을 벌이다니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소수파 정권임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권력 다툼을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집권측이 그런 데 정신을 팔 여력이 있다면, 작금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대처해 나가는 데 써야 한다. 언제까지IMF 극복을 자랑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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