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한 주유소에서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는 복수상표 표시제(복수폴사인제)가 시행되지만 정유사 및 주유소들의 눈치보기와 제도적 준비부족으로 당분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복수상표 표시에 따라 다른 정유사 기름 판매를 위한저장 탱크 추가 매설 준비에 들어간 주유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입구의 상표 표시방법과 설비기준 등 구체적인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석유 공급권을 쥔 거대 정유업체를 상대로 복수상표를 부착할 수 있는 자금력과 영업력을 가진 주유소도 드물기 때문이다.
또 복수폴사인을 시행할 수 있는 주유소는 최소 350평 이상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 같은 주유소는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업체별 직영주유소(20%)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복수상표를 시행할 수 있는곳은 3%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석유공급업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월 2,000드럼 이상은 팔아야 하지만 이 같은 영업력을 가진 곳은 전국 주유소중 17~18%에 불과하다“며 “주유소 난립으로 생겨난 영세업소들이 다른 정유사 기름을 취급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유소가 여러 회사 제품을 판매하려면 별도 저장탱크와 주유기를 갖춰 다른회사 제품을 섞거나 속여 팔 수 없도록 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나머지 구체적인 시행 사항은 석유공급사와 주유소가 ‘사적자율계약’에 의해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어서 주유소 설비개체 시간 등을 고려하면 제도정착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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