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번복 안한다"자민련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26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사퇴를 요구한 당의 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22일 자민련의 첫 사퇴논평에 화를냈다는 얘기에 여전히 기대를 거는 듯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변 대변인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아예 “당시 신당동 자택에서 민주당 최명헌(崔明憲) 의원과 바둑을 두던 JP가 청와대와 민주당을 의식해 취한 제스처”라며 일축하는 이들도 있다.
‘한ㆍ자 동맹’까지 시사하며 사퇴공세의 맨 앞에 서있는 이완구(李完九) 총무 역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거듭 임 장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 총무는 24일 임 장관 교체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한 청와대인사에게 “우리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대통령을 설득하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 조차 반신반의할 만큼 자민련이 임 장관 문제에 초 강경한것은 정치적 이유에서다.
JP의 한 측근은 “당초 JP가 방북단의 불법행동에 대한 처벌과는 달리 임 장관의 사퇴주장에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그러나 방일직전 당직자들의 잇단 보고를 받고 생각이 바뀐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총무 등이 ‘임 장관 사퇴요구는 DJP 공조 속에서도JP가 보수정치인의 목소리를 잃지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인 만큼 밀어 붙여야 한다. 입장을 바꾸면 JP 대망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보수층 마저되돌아선다’며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DJP 회동이 늦어지는 것도 JP가 김 대통령의 협조요청을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고 본 측근들이 청와대에 가지마라고 설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물론 당내 강경론자들도 JP가 김 대통령의 협조요청에 못이겨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당직자는 “JP가 사퇴입장을 철회 시킨다면 당 안팎의 반발 등 상처는 크겠지만 김 대통령에게 또 한 번 결정적인 빚을 안기는 셈”이라며 “JP로서는 어느 쪽이든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30일 올림픽 파크텔에서 가질 의원 연찬회에서 해임건의안에 대한 입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JP가 연찬회에서 어떤 입장을 밝힐지가 관건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청와대 "공조 안깨질 것"
청와대는 임동원 장관 문책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천명했는데도 이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자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특히 자민련 일부가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동조하는 기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임 장관 문제가 공조의 틀을 깰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며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막후에서 자민련에 대한 설득작업을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7일 저녁 3여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을 청와대에 초청, 만찬을 함께하는 것도 설득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이다.
청와대는 또 김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간의 DJP 회동도 주중에 추진, 공조를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복안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자민련의 불만을의식, “임 장관을 교체한다고 남북 관계가 뒤틀리겠느냐”며 은근히 다른 해법을 권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완강하다.
청와대는 민간차원의 교류를 증대시키기 위한 방북 허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위법행위를 한 방북단 일부의 돌출행동은 당사자들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파문을 예상, 방북을 허가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것이 남북관계를 꼬이게 하면서까지 임 장관을 교체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임장관이 햇볕정책을 뒷받침한 디자이너이자 남북 화해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교체는 현실적으로 남북관계의 냉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청와대의 인식이다.
남궁진(南宮鎭) 정무수석은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한반도 평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남북간 대화와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면서“큰 틀에서 봐야지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적 차원에서도 청와대는자민련이 임 장관 교체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원(朴智元) 정책기획수석은 “자민련은 보수의 논리를 국민들에 보여주고 정부를 비판,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한 효과를 거두었다”면서 “공조는 임 장관 교체 이상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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